알코올 중독자였던 신부가 알코올 중독 치료법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천주교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 위원장 허근(52) 신부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찰스워스에 있는 버나딘대에서 '회복 중인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영적인 치유 서비스 및 영적 성장 프로그램'이라는 논문으로 기독교상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허 신부는 1998년 9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29∼68세의 남녀 알코올 중독자 18명을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치료한 결과 70% 이상이 지속적으로 술을 끊게 됐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허 신부는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신체적인 회복보다는 정신적, 영적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중독자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맑은 정신으로 성서 말씀을 되뇌고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기도하도록 유도했다. 그는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도 마음을 굳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80년 사제 수품 후 추기경 비서로 일하던 그는 82년 해병대 군종 신부로 생활하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앉은 자리에서 소주 8명, 맥주 24병을 마시는 술꾼으로 변모했다. 술 때문에 미사에 불참하고 신도 방문 도중 다리가 풀려 그냥 돌아올 때도 있었다. 신자들도 그를 피했다. 98년에는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됐다. 치료를 받던 그는 술을 마시지 않고도 얼마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어렵게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허 신부는 "중독에서 빠져 나오는 게 술에 젖어 사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경험을 토대로 2002년 6월부터 주간 '평화신문'에 '허근 신부의 알코올 탈출기'라는 수기를 연재하고 있다. 허 신부는 마약, 도박 등 ?1森떫? 신앙으로 치료하는 사목 활동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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