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활성화를 위한 참신한 시도인가. 전통의 훼손인가.아마추어 씨름을 관장하는 대한씨름협회가 16일 정기 대의원총회를 열어 올 시즌부터 10개 씨름대회 가운데 절반을 모래판 대신 매트에서 열기로 결정, 논란이 일고 있다.
씨름협회는 당초 전 대회를 매트에서 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부작용을 우려, 올 한해 동안은 절반 가량만 실시한 뒤 전면 시행여부는 내년 시즌에 검토키로 했다. 또 당초 예정된 도복착용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씨름협회의 이 같은 방침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협회가 그 동안 침체의 늪에 빠진 씨름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태권도나 유도를 벤치마킹해 왔기 때문이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편리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매트 도입, 도복 착용, 단증 수여 등의 방안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씨름 도장을 개설, 학생이나 일반인이 생활체육의 일환으로 씨름을 쉽게 접하도록 하자는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프로 씨름도 고작 3개팀밖에 없을 정도로 침체된데다, 씨름하면 덩치 큰 소수나, 비만아의 운동쯤으로 치부되는 현실에서 대중화를 위한 이 같은 구상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학교 중심의 엘리트 체육이 동호회 등 일반인이 참여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게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씨름협회의 구상은 모래판에서 하는 전통 씨름과는 거리가 있다. 프로씨름을 관할하는 연맹 관계자는 "매트 씨름은 면면히 이어져온 우리 고유의 씨름은 아니다. 또 100㎏ 이상의 거구들이 매트에서 경기를 할 경우 발목이 부러지는 등 부상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마 씨름과 프로씨름 사이의 단절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씨름협회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씨름계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지만 일단 매트도입이 결정된 이상 대회를 치르면서 결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해 강행 의지를 밝혔다.
씨름협회의 시도를 탓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뭔가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은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씨름 활성화·대중화의 방법이 매트도입 및 도복 착용밖에 없는 것인지,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돈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더 순수하게 전통을 고집할 수는 없는 지 한번 더 생각했으면 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