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 열의가 헛되지 않도록 고대사 전반의 자료 수집 및 연구, 그 성과를 해외에 알리는 사업을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중국의 고대사 왜곡에 대처하기 위해 18일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하는 고구려연구재단의 김정배(64·전 고려대 총장) 이사장 내정자는 재단을 중심으로 국내 학자들의 연구 역량을 체계적으로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고대사학회장, 한국사연구회장, 단군학회장을 지낸 고대사 전문가인 그는 "중국에 고구려사를 뺏기는 것은 우리 반만년 역사가 불과 2,000년 역사로 줄어드는 재앙이나 다름없다"며 역사왜곡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재단 출범과 함께 닥친 문제는 최근 한중 외교부 당국자들이 합의한 고구려사 관련 양국 공동학술회의 준비.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지휘하고 있는 사회과학원이 회의를 주관할 예정이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대대적인 연구사업을 벌인 중국에 비해 국내 고구려사 전문연구층이 두텁지 않은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구자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동안 축적된 사료 연구나 고고학 발굴 등의 성과를 볼 때 토론에서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중국 학자들도 1990년대 후반까지 고구려를 중국사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비정치적인 학자들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속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인력을 확보하고 사무실을 정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연구·행정 인력을 포함해 전체 직원은 50명 정도. 정부의 예산은 100억원 중 우선 60여억원이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사료 조사(6억5,000만원), 민간 학계 연구 및 전문 인력 양성 지원(19억원), %B북한 유적 공동조사(10억원), 시민단체 지원(5억원) 등에 쓰인다. 그는 "적절한 예산 지원은 재단을 탄탄하게 꾸리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재단 사무실은 정신문화연구원 안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재단 성격이 정문연과 어울리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10여 년 전 연해주에서 러시아 학자와 함께 발해 연구를 할 때, 그들이 중국의 주장대로 발해를 말갈족의 역사로 아는데 놀랐다"는 그는 "해외 학자들과의 공동 연구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3월 초 러시아 극동대학 연구자 3명을 초청해 러시아의 발해 연구 현황을 듣고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를 알려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다. "중국의 역사왜곡은 국사를 선택 과목으로 삼는 등 역사를 방치한 우리 정부의 책임도 크다. 우리 역사는 우리가 아끼지 않는다면 아무도 돌보아 주지 않는다."
/글·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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