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전날 장난 삼아 보낸 허위 보도자료가 미국 유수 언론사와 영국 최고 백화점의 법정 싸움으로 번지게 됐다.영국 해로즈 백화점은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02년 4월5일 '해로즈는 영국의 엔론?'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게재, 심각한 손실을 입혔다면서 WSJ에 대한 명예훼손소송을 런던민사법원에 제기했다. 발단은 백화점 소유주인 이집트의 갑부 모하메드 알 파예드가 그 해 만우절 전날 밤 '해로즈가 4월1일 상장(上場)한다. 관심 있으면 루프 리르파(LOOF LIRPA)에게 연락하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부터. WSJ는 루프 리르파가 만우절(April Fool)을 역순으로 쓴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보도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WSJ는 4일 뒤 고정칼럼에서 장난보도자료에 속았다고 해명하면서 '해로즈가 상장을 한다면 투자자는 모든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현명하다'고 적었다. 해로즈측은 WSJ가 자사를 2001년 미국 최대의 회계부정 스캔들에 휘말린 엔론에 비유한 데 발끈,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황한 WSJ측은 "그 기사는 미국판 지면에만 반영됐으며, 영국에서 미국판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는 10명 밖에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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