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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수정란 성감별 출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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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수정란 성감별 출산 논란

입력
200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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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치료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서울대 황우석(黃禹錫) 교수팀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 소식은 지구촌을 흥분 시키기에 충분했다.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무궁무진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의학계는 환호했다. 그러나 황 교수의 세계적 개가는 '인간 복제'의 부정적 측면에도 맞닿아 있다는 점 때문에 종교계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생명' 이라는 신의 영역에 우리 인류가 더 가깝게 다가갈수록 그것을 둘러싼 논란이 순식간에 전 세계적 이슈가 되는 것은 이러한 양면성에서 비롯된다. 최근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급속히 퍼져가고 있는 '맞춤형 아기' 도 세계적 논란의 한 복판에 있다.

남녀를 선택하는 '맞춤형 아기'

맞춤형 아기는 부모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수 있는 '미다스의 손'이란 평가와 인조인간을 만들어 낼 '악의 씨앗'이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 배아상태에서 염색체를 검사해 남녀 가운데 특정 성(性)을 골라 낳게 하는 맞춤형 아기는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진 부모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에 의존하는 부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서양에서는 특정 성을 가진 아기만 계속 출산한 부모가 다른 성을 갖기 위해서, 동양에서는 남자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남아선호사상의 영향으로 이 같은 맞춤형 아기가 은밀히 만들어지고 있다.

아기의 성별을 미리 알아내 수정시키는 유전공학 기술은 다양하나 가장 선호되는 것은 100% 정확성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착상전 유전질환 진단(PGD)'이다. PGD 기술은 본래 시험관에서 수정된 배아를 착상하기 전에 특정 질환 유전자를 물려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됐다. 이 기술은 %%희귀혈액 질환이나 암 등 유전적 질병을 앓고 있는 자녀를 치료할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이 자녀와 세포조직이 완전히 일치하는 또 다른 자녀를 임신시킨다는 개념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그 과정에서 임신시킬 배아의 성을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이의 성별을 구분해 출산 여부를 결정짓는 기술로 본말이 전도됐다.

PGD를 이용한 맞춤형 아기 출산이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지 않은 미국과 아시아권 국가들 사이에서는 맞춤형 아기를 만들어내는 의료행위가 인기 상품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임신진단 연구소는 '성공보장'이라는 문구를 앞세워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 시술에 필요한 비용은 대략 1만 9,000달러(2,200여 만원). 적지 않은 돈이지만 부모의 자식욕에 비하면 비용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이 연구소의 고객이다. 해외 고객들은 대부분 자국의 법망을 피해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부모들이다. 미국을 비롯, 인도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도 맞춤형 아기의 '생산국'이고 한국에서도 공공연하게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도덕적 논란과 각국 대응

특정 성별을 얻기 위해 이 같은 기술을 이용하는 것에는 도덕적 논란이 뒤따른다. 의학계의 견해도 나뉘어 있다. "낙태가 아닌 이상 부모들의 고통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게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누구도 태어날 아기를 고를 권리는 없다"는 반대론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기술이 장차 눈의 색깔, 키, 지능 등 인간의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까지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국 정부의 입장은 규제가 대세다. 유럽 대부분 국가는 치료목적 외 PGD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아기 생산을 법적으?%? 금하고 있고 미국 등 여타 국가도 금지 입법을 추진중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인간 배아를 사고 파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2,500여 개의 각종 임신진단 의료소가 성업중인 이탈리아는 유럽국가 중 예외적으로 정부 규제 없이 맞춤형 아기 시술이 이뤄지는 나라이다. 로마교황청은 "끔찍하고 기괴한 짓"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며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의회에 이를 금지할 것을 청원했다. 그래서 이탈리아도 몇 달내로 체취할 수 있는 배아의 수를 줄이는 규제법안을 발효시킬 예정이다. 시험관 수정(IVF)을 이용한 질병치료를 정부가 보조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지난해 보조금 삭감을 추진했다 여론의 강력한 반대에 밀려 취소했다. 남아 선호 때문에 남녀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중국은 지난해 가을 인공수정을 광고하는 행위와 채취할 수 있는 배아의 수를 부모의 연령에 따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만으로 맞춤형 아기의 확산이 차단되리라고 기대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성별만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인간복제, 낙태보다는 상대적으로 윤리적 논란이 크지 않은 데다 엄청난 돈벌이이기 때문이다. 수십여개의 관련 웹사이트가 실패시 환불 보장이라는 광고까지 앞세워 성업중이다. 또 PGD 를 능가하는 다른 기술도 속속 개발중이라고 한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 과학발전이 던진 윤리논란

지난 주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한 한국 과학자들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 소식은 의학 발전과 생명윤리의 상충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람의 난자와 체세포만으로 만든 '치료용' 줄기세포로 이식거부 반응이 없는 세포와 장기를 만드는 데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인간 복제의 가능성도 함께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인간 복제의 경?6우 이미 2002년 말 일부 과학자들이 경쟁적으로 복제아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지구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기본 원리는 황 교수팀의 방식과 같은 것으로,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라는 생명 탄생의 원리를 뛰어넘어 체세포에서 떼어낸 핵을 난자세포에 결합시켜 체세포 주인과 유전자가 동일한 또 하나의 개체를 만드는 방법이다. 현대 의학으로도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불임 환자를 위한 치료 목적이라는 것이 시술자들의 주장이었지만, '금기를 깨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을 위해 과학을 악용했다는 이유로 과학계로부터도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물론 이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나 확인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분야 또한 치료·연구용이라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여전해 이를 법적으로 허용한 나라가 많지 않다. 모든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만능 세포인 줄기세포를 이용해 백혈병 알츠하이머병 등 난치병을 치료하려는 이 분야는 그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종교계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이미 수정이 이루어진 배아를 '파괴'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세포 분화 초기여서 이를 '생명'으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기본적인 생명윤리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채로 기술 발전이 홀로 앞질러 가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종(異種)간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동물 몸 안에서 인간의 신체 기관이 자라게 하는 등 인간 존엄성을 시험하는 일이 실험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인간 유전자 지도 완성으로 인해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즉 열등한 인자의 출현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21세기 인류가 우생학적 공포에 떨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엄밀하?%D? 말하자면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도 생명윤리 차원에서 꺼지지 않은 불씨다. 이와 함께 근래 들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유전자 변형(GM) 식품 문제도 기술 발달과 윤리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다. GM 식품은 특히 유전 공학이 상업적 목적과 가장 선명하게 결합된 형태라는 점에서 활발한 논쟁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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