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발표된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핵심은 방과 후 수준별 보충학습, 특기적성교육, 영어체험 프로그램 확대 등을 통해 학원과외를 학교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지금도 교사의 열의 부족과 여건 미비로 보충수업 등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어서, 학교과외가 소수 정예로 이뤄지는 사교육을 대체할 만큼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대·사범대생 수준별 보충수업
과거 보충수업은 교사들이 정규수업처럼 시간표를 작성,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과진도를 나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설되는 보충수업은 학원의 유명강사와 교대·사범대생까지 참여해 여러 단계의 수준별 강좌를 개설하고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력수준을 판단해 강좌를 고르도록 했다. 즉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교내 수학교사가 담당하는 미적분 강의, 수능 전문학원의 유명 강사가 진행하는 영어듣기 등 다양한 강좌가 개설된다.
수준별 보충수업은 일단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강좌 운영 등의 결정과정에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도 반영하도록 했다. 학원강사에 대해서는 수업료를 현실화하고 사대와 교대생의 경우 수업참여를 학점으로 인정하고 교직 진출 때 가산점을 주는 등의 유인책도 마련했다.
특기적성·영어교육 활성화
예·체능과 영어 분야의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학생 수준별로 각 지역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영어캠프를 운영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외국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영어체험학습센터도 설치하기로 했다.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인력풀을 구성하고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도 매년 10% 이상 늘릴 방침이다. 입시 수단으로 전락한 각종 경시·경연대회를 없애고 수상자가 상급학교 진학 때 부여하던 가산점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자칫 학부모의 요구에 밀려 일률적인 입시경쟁 위주의 보충교육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 비대해진 사교육시장 억제방안이 빠져 있어 '학교의 학원화'로 학생들의 학습부담만 가중될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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