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를 둘러싼 논의에서 볼 수 있었듯이 이제 외국인근로자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자리잡고 있다. 또 우리 생활공동체의 일부가 되어 있다. 외국인근로자를 우리에게 필요한 노동력을 값싸게 얻으려는 수단쯤으로 이해해서는 결코 안된다. 그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존중하며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통합하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최소한 한국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경제적 지위에 불이익으로 작용하게 해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국민연금법의 외국인에 대한 규정들이 다시 정비되어야 한다.우리 국민연금법은 외국인의 지위에 대해서 이른바 상호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된다. 다만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연금에 관하여 해당 외국인의 본국법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외국인근로자에게 우리 국민연금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외국인근로자가 우리나라에서 일하던 중 사망, 장애 등 위험에 닥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국민연금의 가입대상으로 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지는 않다.
문제는 급여지급에 있어서도 상호주의가 채택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은 연금을 받기 위하여 필요한 보험가입기간 20년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입자격을 상실하는 경우 납부한 보험료에 상응하는 수준의 반환일시금을 지급 받는다. 그런데 외국인에 대해서는 특례가 있다.
즉, 반환일시금에 관한 규정은 외국인의 본국법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반환일시금에 상응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에 한하여 외국인 가입자에게 적용된다. 이에 따르면 외국에 거주하였던 우리 국민이 연금지급에 필요한 가입기간을 충6족시키지 못하고 출국하는 경우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액에 상응하는 반환일시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해당 국가의 국민이 우리나라에서 근무하면서 국민연금에 납부한 보험료는 반환되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저개발국가들은 연금제도 자체가 충실치 못하고, 또 외국인을 위한 반환일시금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빈곤을 벗어나기 위하여 잘 사는 대한민국에서 와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는 처음부터 반환 받지 못할 보험료를 매달 납부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보험료는 결코 세금이 아니다. 보험료는 가입자에게 위험이 발생한 경우 지급하는 급여의 재원이다. 따라서 가입자가 출국하여 보호의 가능성이 사라지면 보험료는 반환되어야 한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하여 어려움과 서러움을 참아내야 하는 외국인근로자에게 일종의 착취인 셈이다. 반환일시금을 제한하는 규정은 내국민과 외국인을 차별하는 전형적인 입법이다. 외국인근로자는 대부분 보험가입기간 20년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출국하며, 따라서 대부분 위의 규정을 적용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이익에 외국인근로자 본인의 책임은 전혀 없다. 단지 본국이 반환일시금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적용하지 않은 결과 발생하는 불이익이다. 이러한 규정이 해당 국가에게 우리 국민을 보호하라는 압력수단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압력이 우리나라에서 근무하는 외국인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럴 경우 외국인근로자는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세계시민이 서로 다원적인 가치와 삶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협력과 표준화를 통하여 균형 있는 공동체를 가꾸어 가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세계화가 결코 남의 희생에 의하여 나%의 행복을 찾는 이념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도 과거에 많이 당했으니 우리가 당한 만큼 외국인을 처우하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는 상호주의는 세계화의 이념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전 광 석 연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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