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미르 영토 분쟁으로 반세기 이상 갈등을 빚어 온 인도와 파키스탄이 16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관계정상화를 위한 평화 협상을 개시했다.3년 만에 재개된 회담은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카슈미르 분쟁 종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외신들이 전망했다.
3일간의 회담에서 양국은 카슈미르 문제를 비롯, 해상 국경선 재획정, 통상, 인더스강 수자원 개발 등 8개 현안을 논의할 후속 회담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후속 회담은 인도 총선이 끝나는 4월 이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이 유독 회담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는 양국이 뜨거운 감자인 카슈미르 문제에만 집착, 협상을 그르친 전례를 답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만난 이후 양국은 직항로와 국경 철로를 다시 열었고, 영토분쟁 이외에 경제, 관광 등 경제적 관계 증진 프로그램도 회담의 의제로 추가했다. 게다가 지난달 남아시아 지역협력 협의체(SAARC) 자유무역협정(SAFTA)에 가입, 경제 협력을 본격화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양국 전문가들도 "최근 1달간의 변화가 지난 5년간의 협상 성과를 뛰어넘는다"며 놀라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이 핵 기술 및 부품을 누출한 혐의로 국제사회로부터 뭇매를 맞자 인도가 나서서 "파키스탄 이외에도 핵 기술을 누출한 국가는 많다"며 이례적으로 파키스탄을 두둔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가장 핵심적 쟁점인 카슈미르 문제에 대한 양국의 태도도 변화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리슈카르 이 타이바' 등 카슈미르 회교 과격단체들에 대한 지원 중단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인도 역시 카슈미르 영토 변경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파키스탄과 합리적인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BBC 방송 등은 "카슈미르를 빼앗길 수 없다는 양국 국민의 정서는 요지부동이어서 카슈미르 문제가 풀려야 다른 문제도 풀리는 이번 협상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며 섣부른 낙관을 경계하고 있다.
카슈미르 분쟁은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영국이 이슬람교도들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카슈미르를 인도로 편입하면서 시작됐다.
1989년 이후 카슈미르에서는 테러와 국경분쟁으로 6만5,000명 이상이 희생됐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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