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한국시각)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의 연장 승부가 펼쳐진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파72)의 파5 18번홀(571야드). 세컨드 샷을 준비하기 위해 핀을 바라보던 존 댈리(미국)는 주저없이 3번 우드를 꺼내 들었다. 남은 거리는 263야드. 그것도 그린 앞에 워터해저드가 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댈리는 좀처럼 코스와 타협을 하는 법이 없다. 크리스 라일리와 루크 도널드(이상 미국)가 볼을 워터해저드 앞으로 안전하게 보낸 것과 달리 댈리는 2온을 노리고 핀을 향해 힘차게 클럽을 휘둘렀다.그러나 워터해저드를 넘긴 볼은 그린까지 넘겨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그 사이 라일리와 도널드는 피칭웨지로 홀 가까이 붙여놓고 나란히 버디 퍼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부의 여신이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댈리를 건져낸 것은 절묘한 벙커샷이었다. 댈리의 벙커샷은 내리막 경사를 타고 홀에서 10㎝ 옆까지 굴러 내려간 뒤 멈춰섰다.
이 때만해도 갤러리는 물론 댈리조차 연장 2번째 홀을 머리에 떠올리고 있었다. 라일리와 도널드가 각각 1.5m와 1.8m의 짧은 버디 퍼트를 남겨놓았기 때문이었다. 이를 감안해 댈리도 마크를 하지않고 먼저 홀아웃을 했다.
그러나 골프는 철저하게 상대적인 게임. 댈리의 신들린 벙커샷에 기가 질린 탓일까. 도널드의 버디퍼트가 홀을 스쳐 지나간 데 이어 골프장 인근 샌디에이고 출신으로 고향 친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라일리의 퍼트마저 홀을 돌아 나오는 순간 댈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감싸쥐었다.
'사자(댈리의 별명)가 돌아왔다(Lion is back).' 최종라운드에서 3타를 까먹는 부진(10언더파 278타)으로 3타를 줄이며 추격한 라일리와 도널드에게 연장 승부를 허용한1 댈리는 천금 같은 30m 벙커샷에 힘입어 1995년 브리티시오픈 이후 9년 만에 PGA 투어 정상(통산 5승)에 복귀했다. 우승상금 86만4,000달러(10억원)를 받아 상금랭킹도 단숨에 5위에 오른 댈리는 이로써 알코올중독과 잦은 이혼 등으로 이어진 긴 슬럼프의 터널을 벗어나 정상급 스타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우승을 확정한 뒤 댈리는 "기복을 많이 겪었지만 지금이 가장 신나는 순간"이라면서 눈물을 삼켰다.
우즈 10위·최경주 25위
대회 2연패를 노리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3언더파 69타로 4라운드를 마치며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10위에 오르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편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3언더파 69타(4언더파 284타)로 선전, 공동25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고 나상욱(21·코오롱엘로드)은 합계 4오버파 292타로 공동72위에 그쳤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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