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 '목포는 항구다' 식대로 말하자면, '경찰은 조폭'이다. '목포는 항구다'는 조폭을 미화하거나 경찰을 희화화하는 수준이 아니다. 아예 경찰을 조폭 세계에 완전히 투항시켰다.이론은 뛰어나지만 현장에선 영 맥을 못추는 형사 이수철(조재현)은 목포의 '유달산 완터치' 백성기(차인표)의 조직에 위장잠입을 시도한다. 우여곡절을 거쳐 백성기의 '동생'이 된 수철은 신안 앞바다 보물선 탐사사업이 사실은 마약을 건져 올리기 위한 작전임을 파악하게 된다.
터프한 조재현과 신사 차인표의 이미지를 뒤집어 형사와 조폭 역을 맡기고, 최근 코미디 영화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송선미를 여검사 임자경으로 설정, 캐릭터가 주는 즐거움을 노린다. 조폭 이름은 백성기, 경찰과 여검사의 가명이 남기남, 남주나. 성적 코드가 암시된다.
하지만 진짜 코미디의 진가는 노련한 조연들이 보여준다. 가오리파 두목 가오리(박철민)가 자신의 주먹에서 날렵하게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난다며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냐. 스슷", 혹은 점박이(정경호)의 "아, 끈기있는 신음소리" "엄청난 양의 도우미들" 이라며 쉼 없이 쏟아내는 대사는 영화에서 새로운 유머를 찾는 관객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하지만 영화는 조연의 재치와 입담, 남기남의 잠입 해프닝, 남주나에 안달이 난 백성기의 서툰 연애담 등 두 주연 배우의 변신을 보여주기 위한 각종 해프닝에 비중을 두었다. 그래서 '범인을 만드는' 경찰 조직에 신물이 난 경찰이 인간미 넘치는 조폭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이 억지스런 결말, 치기어린 반항으로 보일 뿐이다.
치명적인 약점은 신선한 대사 처리와 처절히 비교되는 익숙한 상황 연출이다. '엽기적인 그녀'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차인표의 모습을 보자. '엽기적인…'을 일본영화 '러브레터'로 바꾸고, 차인표를 박영규로 바꾸면 영락없는 '오 브라더스'다. 츄리닝 입은 3인조 '가오리'파의 두목을 송강호라고 상상해보자. '불사파'가 나오는 '넘버 3'다. B급 영화적 상상력의 가치가 창의성에 있음을 간과한 것일까.
배우들의 고른 연기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드라마도, 시원한 액션도, 배꼽잡는 코미디도 아닌 이 어정쩡한 드라마는 두 남자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부끄러움으로 남게 될 것 같다. 20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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