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 재현과 아테네올림픽 8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이번 주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켠다. 축구국가대표팀은 18일 레바논을 상대로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1차전을 치른다. 또 올림픽팀은 내달 3일 중국과의 예선을 앞두고 21일 일본과 적지에서 평가전을 갖는다. 공교롭게도 대표팀과 올림픽팀의 경기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는 부평고 동기인 이천수(23·레알 소시에다드·사진왼쪽)와 최태욱(23·인천·사진 오른쪽)이다.
한국인으로 스페인진출 1호인 이천수는 지금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다. 14일 오만전에서 설기현(안더레흐트)과 차두리(프랑크푸르트)의 활약을 벤치에서 지켜 본 이천수는 레바논전을 앞두고 '셋 중 하나는 죽는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며 배수진을 쳤다. 왼쪽 무릎 부상에서 회복, 15일부터 훈련에 합류한 이천수는 측면 공격수 자리는 양보할 수 없다는 다부진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가냘픈 체구에도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근성, 툭툭 볼을 치며 상대 수비를 따돌린 뒤 터치라인을 돌파하는 스피드, 낮고 빠르게 문전을 향하는 센터링 등 이천수의 플레이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폭발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천수의 현재 상황은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소속팀에서 13경기 연속 결장하는 등 입지가 좁아진 데다 레바논전마저 결장한다면 대표팀내 주전경쟁에서 '살아 남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천수는 코엘류 감독 부임이후 A매치에서 '0골'을 기록 중이어서 레바논전에서만큼은 반드시 확실한 '눈도장'을 찍겠다는 각오다.
이천수는 "개인적으로 월드컵 예선이 처음이라 첫 단추를 잘 꿰고 싶다"며 "측면공격수가 주포지션이지만 최전방 공격수도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C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코엘류 감독은 오만전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안정환 설기현 차두리를 레바논전에서도 그대로 선발 출장 시킬 것으로 알려져 이천수는 후반 조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일본을 찍고 아테네 8강에 진출하겠다.'
한일전과 중국과의 올림픽 최종 예선을 앞두고 16일부터 김호곤 사단에 합류한 최태욱의 각오는 남달랐다. 14일 오만전을 지켜보면서 '내 자리가 바로 저긴데…'라는 독백이 머리 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끝난 카타르친선대회에서 해트트릭 포함해 6골(득점왕)을 넣어 올림픽팀의 간판 골잡이로 자리를 굳힌 그는 얼마 후 코엘류호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최태욱은 올림픽대표팀에서는 잘 하지만 성인대표팀에서는 선배들 앞이라 주눅이 들어서 그런지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코엘류 감독의 말을 전해 듣고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지난해 결혼에 이어 지난달 국내 자유계약선수(FA) 중 역대 최고인 11억원의 이적료로 인천으로 둥지를 옮기는 등 경사가 계속됐지만 코엘류 감독의 지적에는 마음이 상했던 것. 그러나 지금은 심기일전의 기회로 여기고 올림픽팀에서 주가를 높이겠다는 각오다.
100m를 11초 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과 대포알 같은 중거리슛을 겸비한 공격형 미드필더로 그는 김호곤 감독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감 없이 머뭇머뭇 거리던 이전 모습은 찾아 볼 수 없고, 골 감각도 더할 나위 없이 절정에 올라 있다"는 게 김 감독의 평. 최태욱은 "성인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해 코엘류 감독을 실망시킨 것 같다"며 "올림픽대표팀을 본선으로 이끌어 재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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