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DVD로 녹화한다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SF영화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다퉈 출시한 가정용 DVD 녹화기는 DVD 디스크 한 장에 최대 한 달 분량의 주말 드라마를 녹화할 수 있다. DVD 다운 고화질에 스테레오 사운드는 기본이고, 보고 싶은 장면을 단숨에 불러 볼 수 있다.대중화와 함께 기능도 다양해져
다기능디지털디스크(Digital Versatile Disc)인 DVD는 요즘 디지털미디어의 대세다. 극장 개봉 영화는 거의 예외 없이 DVD로 나오고, 인기리에 방영됐던 주말 드라마들이 DVD로 만들어져 '박스세트'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20년 이상 장수했던 비디오 가게까지 DVD 대여점으로 전업하고 있는 추세다.
디지털 미디어의 대표를 자임해왔던 CD의 시대도 DVD의 힘에 밀려 황혼을 맞았다. 음악CD 보다 우수한 음질이 곁들어진 뮤직비디오가 DVD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2(PS2), X박스 등 가정용 게임기의 소프트웨어는 이미 DVD가 점령했다. DVD녹화기와 레코더가 등장하면서 비디오녹화기와 CD레코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야흐로 DVD 전성시대의 개막이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DVD는 비싸고 실용성이 떨어졌던 물건이다. 저장용량이 CD의 7∼8배에 달했지만 생산비 역시 CD의 10배 가까웠기 때문에 기업의 대용량 데이터 저장이나 고화질 장편 영화의 저장에 쓰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DVD기록 기술이 개발되고 제작 단가도 점점 떨어지면서 이제 DVD레코더와 공 DVD 한 장이면 집에서도 가족 DVD나 드라마 편집 DVD를 만들 수 있다.
용도에 따라 다양한 기능으로 진화
DVD의 진화과정에서 6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종(種)들이 출현했다. 겉모양과 기록 용량은 똑같지만 특성은 다르다.
영화나 게임기용 콘텐츠를 담고 있는2 일반 DVD는 흔히 'DVD롬'(ROM: Read Only Memory) 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음반 업체가 제조 단계에서 데이터를 미리 기록해 놓은 것이다. 한번 데이터가 입력되면 지울 수 없고, 수명도 반영구적인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 및 멀티미디어 저장매체로 쓰이는 DVD-R, DVD+R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정보를 직접 기록해 넣을 수 있는 DVD다. 앞서 소개한 DVD녹화기나 PC용 DVD레코더를 이용해 데이터를 기록하고, 가정용 DVD플레이어나 PC의 드라이브에서 읽을 수 있어 호환성이 높다. 단면 미디어는 CD의 6∼8배에 이르는 4.7GB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고, 양면은 그 두 배(9.4GB)의 용량을 갖는다. 한번 기록하면 지우고 다시 쓸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DVD-R 보다 DVD+R이 데이터 저장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이다.
DVD-RW와 +RW는 1,000번 이상 데이터를 쓰고 지울 수 있도록 개량한 DVD다. 8㎝ 규격의 미니 DVD+RW를 이용한 디지털 캠코더도 나와 있다. 이밖에 기업과 스튜디오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DVD-RAM이 있는데, 정보를 10만번 정도 쓰고 지울 수 있으며 다른 포맷에 비해 비디오저장과 편집 속도가 빠르다. 이들 미디어의 가격은 DVD-R이 제일 싸고(1,200원부터) DVD-RAM이 제일 비싸다(1만∼3만원).
용도와 형편에 맞춰 다양하게
영화감상용으로 쓰이는 DVD플레이어는 DVD-R만 읽을 수 있다. 신형 제품의 경우 DVD-RW도 읽는다. TV 녹화나 캠코더 녹화가 가능한 가정용 DVD레코더는 기본으로 DVD-R을 쓴다. 삼성제품의 경우 추가로 DVD-RAM 기록이, LG제품은 DVD-RW 기록이 가능하다. PC에서 사용하는 DVD 멀티레코더(혹은 슈퍼드라이브)는 DVD-R부터 RW, RAM, 심지어 CD-R과 RW까지 10여종의 DVD와 CD를 자유자재로 읽고 쓴다. 최근 가격이 많이 내려서 DVD 4배속 기록기기를 기준으로 14만∼30만원 사이에 다양한 종류가 있다. PC용 DVD 멀티레코더는 활용폭이 넓고 저렴해서 좋지만, 기록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알아야 하므로 컴맹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반면 DVD 녹화기껜? 비디오 레코더 쓰듯 쉽게 쓸 수 있지만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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