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에도 '불황 상품'이 뜨고 있다. 종신보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정기보험이 대표적 예다. 정기보험은 사망원인에 관계없이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선 종신보험과 비슷하지만 보장기간이 평생인 종신보험과 달리 일정기간만 보장하는 것이 특징. 보장기간이 짧은 만큼 보험료가 저렴해 요즘처럼 경제형편이 어려운 불황기에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1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월말 현재 국내에서 정기보험 상품을 판매중인 생보사는 16개사에 이른다. 1990년대 초반 외국계 생보사인 푸르덴셜이 국내에 처음 소개한 뒤 명맥 정도만 유지해왔으나 요즘엔 웬만한 생보사마다 정기보험을 적극적으로 판촉하고 있다. 정기보험 자체가 이젠 종신보험의 아류라는 이미지를 벗고 하나의 독자영역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 교보생명과 ING생명은 최근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전화를 통해 직접 판매하는 텔레마케팅 상품까지 선보이며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정기보험의 특징
종신보험이 자가(自家)보유라면 정기보험은 전세에 비유된다. 형편이 된다면 자기 집을 소유하는 것이 좋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무리해 가며 집을 장만하는 것보다는 전세가 바람직할 수 있다.
정기보험은 많은 부분 종신보험과 흡사하다. 일단 사망, 질병원인에 관계없이 보장되는 것은 같다. 하지만 보장기간이 다르다. 종신보험은 말 그대로 종신토록 보장되지만 정기보험은 그 기간이 정해져 있다. 종신보험은 자녀들이 성장, 경제적으로 독립한 후까지 보장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매우 높다.
하지만 정기보험은 자녀에게 부모의 경제능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만 선택해서 집중 보장하므로 보험료가 저렴하고 합리%C적이다. 예컨대 정기보험은 35살 남자가 주계약 1억원짜리를 60살 만기 20년 납부 조건으로 가입할 경우 월 보험료가 5만∼7만원 수준인데, 같은 액수의 사망 보험금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의 월 보험료는 15만원 안팎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험료 부담으로 선뜻 종신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30대, 또는 종신보험 가입시기를 놓쳐 보험료가 비싼 40대라면 60∼65살 만기 정기보험에 눈길을 돌 릴 만하다"고 조언한다.
종신보험 전환도 가능
종신보험은 보장기간이 평생인데다 언젠가 한번은 보험금을 돌려주는 환급형이지만 정기보험은 보장기간이 끝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순수 보장형이다. 때문에 종신보험에 비해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생보사들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엔 정기보험 가입자들이 손쉽게 종신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상품을 설계하고 있다.
통상 계약전환 후 계약의 보험가입금액은 전환전 계약의 가입금액을 한도로 하며 보험료는 전환일 현재 피보험자의 연령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다만 전환일 현재 피보험자의 연령이 65세 이상이거나 납입기간이 10년, 15년, 20년 만기 등 장기일 경우 만기를 앞두고 2년 이내에는 전환할 수 없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보험료 부담 때문에 종신보험의 가입을 미뤄온 고객은 고려해볼 만하다"며 "상품을 선택할 땐 서비스의 질, 회사의 안정성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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