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안전할까.' 지하철 참사 1주기(18일)를 맞는 대구시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대구 전역에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지하철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참사 현장인 대구지하철1호선 중앙로역은 최신 안전설비로 재개통했다는 지하철공사측의 주장에도 불구,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16일 대구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중앙로역을 완전재개통하면서 지하3층 승강장 입구에 화재시 가스와 열, 연기의 확산을 막는 분무식 수막차단벽이 전국 처음으로 설치됐다.
그러나 관할 대구 중부소방서는 이 차단벽이 소방법에조차 없는 설비라며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법에는 화재차단을 위해 강한 압력과 물줄기를 내뿜는 수막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며 "화재시 물안개처럼 약하게 물을 뿌리는 분무식의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화재시 연기를 외부로 뽑아내는 이 역의 배연용량도 지하3층 승강장만 참사 당시보다 1.5∼2배 많은 12만cmh(시간당 ㎗)로 늘렸으나, 지하 1·2층 대합실은 그대로여서 대형화재 때는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높다.
참사 당시 조기 작동으로 지하철 탑승객들의 탈출에 장애가 됐던 지하1층의 연기감지식 방화셔터도 그 방식 그대로 다시 설치돼 논란을 빚고 있다. 대구지하철참사 부상자가족대책위 관계자는 "참사 당시 방화셔터가 일찍 내려지면서 상당수 승객들이 매연속에 수십m 거리를 되돌아가느라 희생이 컸다"며 "그후 이 방화셔터는 '통곡의 벽'으로 불려졌는데도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안전은 참사후 시간이 지나면서 '예산타령'에 치여 우선 순위에서 떠밀리고 있다. '기관사 2인 승무제' 도입이 대표적인 경우. 기관사 1명이 운행하는 현행 '1인승무제'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에 따라 기관사는 운전업무, 차장은 안내방송과 출입문 취급, 승객 안전감시 등 서비스업무를 하는 '2인 승무제'가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지하철공사측은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대구지하철 월배차량기지에서 모의화재실험이 실시돼 지상 화재에서는 신규 전동차가 안전판정을 받았으나, 지하공간 같은 밀폐된 장소에서 실험이 이뤄지지 않고 유독가스 발생에 대한 정밀조사도 없어 불안감만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대 홍덕률(47·사회학) 교수는 "지하철 참사를 1회성 단순사고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로는 시민들이 불안속에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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