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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에 본명적힌 졸업장… 恨 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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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에 본명적힌 졸업장… 恨 풀었죠"

입력
200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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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졸업장을 받게 됐습니다."충북 옥천군 군북면에 사는 이창식(76) 할아버지는 요즘 밤잠을 설칠 정도로 가슴이 설렌다. 초등학교 졸업 60년 만에 본명이 기재된 명예 졸업장을 받기 때문이다.

1944년 옥천 증약초등학교를 졸업(1회)한 이옹은 일제시대 창씨개명(創氏改名) 때문에 '야마무라 시게오(山村茂雄)'라는 일본 이름이 적힌 졸업장을 받아야 했다.

이옹은 이경서(78), 이중수(77)씨 등 동창생 5명과 함께 19일 열리는 증약초등학교 61회 졸업식에 참석, 명예 졸업장을 받을 계획이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역시 일본 이름으로 된 졸업장을 받았던 45년도 졸업생(2회)에게도 명예 졸업장이 전달될 예정이다.

이옹은 "당시 졸업장을 받고 집에 돌아오자 마자 불에 태웠던 생각이 난다"며 "뒤늦게나마 내 이름 석자가 적힌 졸업장을 받게 돼 이제야 한이 조금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60년이 지나 정말 뜻 깊은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이 학교 12회 졸업생인 김길평(61) 교장이 '일제시대 졸업생 본명 찾아주기 운동'을 펼친 덕분이다.

지난해 3월 모교에 부임한 김 교장은 학적부를 뒤지다 우연히 1,2회 졸업생의 이름이 여전히 일본 이름으로 표기된 사실을 확인하고 "선배들에게 본명을 찾아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졸업생은 1회 28명, 2회 44명 등 모두 72명. 그러나 학적부와 호적 등에 한글 이름 기록이 남아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수소문 끝에 지역에 생존한 졸업생을 찾아낸 김 교장은 이들의 기억을 근거로 전국 각지에 흩어진 졸업생을 일일이 찾아 다녔다.

10개월 여 만에 1,2회 졸업생 전원의 한글 이름을 확인한 김 교장은 먼저 학적부의 일본 이름을 한글로 바로 잡은 데 이어 본명을 새긴 졸업장을 만들었다.

김 교장은 "졸업생 상당수가 70대 중반을 넘겨 타계한 분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며 "돌아가셨거나 몸이 불편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분께는 가족들을 통해 명예 졸업장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옥천=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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