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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우리 마음 안의 희망등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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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우리 마음 안의 희망등 선생님

입력
200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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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선생님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벽지 마을로 전근을 오셨다. '섬마을 선생님'이란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중학교를 가는 것도 시험을 봐야 했다.한 학년 쉰 명쯤 되는 아이들의 삼분의 일은 가정 형편상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선생님은 한명이라도 더 중학교에 보내려고 논밭으로 찾아다니며 어른들을 설득했다. 도시에서는 6학년 아이들 거의 다 입시과외를 했다. 선생님은 어린 제자들의 공부를 위해 시내에서 학교 옆에 방한칸을 얻어 그곳에서 살림을 했다. 그래야 저녁에도 아이들을 교실로 부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 책상엔 등잔이, 선생님 책상엔 작은 남포가 놓였다. 우리는 그 남포를 '희망등'이라고 부르고, 선생님을 '희망등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공부뿐 아니라 삶에도 이쁜 모범을 보이셨다. 선생님과 사모님이 학교 옆에 사는 모습이 어린 제자들에게도 너무 좋고 부러워 우리반 종림이는 이 다음 자기도 어른이 되면 꼭 저렇게 살아야지 했단다.

그 선생님이 며칠 후 정년퇴임을 하신다. 강릉에 계신 권영각 선생님. 선생님은 지금도 우리 마음 안에 '희망등'을 들고 서 계신다. 그동안 참 많이 애쓰셨습니다, 우리 큰 선생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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