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16일 국회를 통과했다. 만시지탄이나 다행한 일이다. 이에 따라 우리도 지역간 무역협정 대열에 참여하게 됐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지금 세계는 개방화 자유화를 핵심으로 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지역주의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갈수록 후자의 비중이나 역할이 커지고 있다.세계 각국의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WTO는 사실상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FTA 등 지역주의가 대두됐고, 또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WTO 회원국 중 단 한건의 FTA도 체결 못한 나라가 우리와 몽골 뿐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늦게 뛰어든 우리가 앞으로 지역간 무역협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다. FTA 미체결로 얼마나 많은 손실을 입었는지는 새삼 재론이 필요치 않다. 앞으로 지역간 협정의 울타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농업부문에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농민들이 한·칠레 FTA에 강력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농정에 대한 불신 탓이다. 정부는 농업개방의 불가피성을 분명히 하고, 우리 농산물이 수출과 내수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도록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우루과이라운드 때와 같은 단기적이고 대증적 요법으론 안 된다. FTA 지연이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 탓이라는 외교안보연구원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싱가포르 일본 등과의 FTA 체결, 미국과의 투자협정(BT) 등 주요 통상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협상에서는 손해 보는 부문이 있게 마련이다. 이번 경우를 협상력과 외교력, 이해관계 조정능력 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개방화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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