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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 지금/만화프로도 밀어내는 中 영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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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 지금/만화프로도 밀어내는 中 영어 열풍

입력
200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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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명문 칭화대(淸華大)와 베이징대(北京大) 교정의 아침을 여는 것은 학생들의 영어 낭독이다. 도서관에 펼쳐놓은 책도, 방과 후 몰려가는 학원도, 주말 클럽모임도 단연 영어와 관계된 것이 많다. 아파트 골목에는 '옥스포드' '하버드' 등의 이름을 단 영어유치원 차량이 즐비하다. 영어 열기는 방송도 예외가 아니다. CCTV에 영어 채널이 따로 있지만, 일반 채널도 하루 한 두차례 영어뉴스를 한다. 발음과 억양도 과거의 '중국식 영어'가 아니다.사실 50대 이상 중국인은 지식인들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학교시절 러시아어를 배운 세대로, 당시 '적대국의 언어' 영어는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개혁개방과 함께 불어 닥친 영어 열풍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올림픽 유치를 거치며 더욱 뜨거워졌다. 심지어 택시 운전자들도 영어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운전대를 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얼마 전 베이징TV의 한 프로그램 제작사에 어린이들이 몰려들었다. 인기 절정의 영어교육 프로그램 '양화롄피엔'(洋話連篇)이 새로 만든 어린이 프로의 사회자가 되기 위해서 였다. 이 프로는 터줏대감인 만화를 밀어내고 어린이 프로 황금시간대인 저녁 5시30분을 차지했다.

'양화롄피엔'은 미국에서 공부한 중국인과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서양인이 나와 생활 화면 등을 삽입해 진행하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 한 때 오전에 내보낸 것을 오후에 재방송하기도 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동명의 영어학원이 생겨 일반인과 기업 위탁교육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PC방과 결합해 100여대의 컴퓨터를 갖춘 주말 영어 e-스쿨도 개설됐다. 방송 내용을 재편집해 컴퓨터를 통해서 함께 영어를 배우는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영어 드라마 '퍼니 FM(FUNNY FM)'이 제작됐다. 영어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대부분 중국인 배우들이 중간중간 영어 대사를 삽입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도록 꾸며졌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까지 매년 52회분이 제작, 방송될 예정이다.

중국인들에게 '전쟁을 떠올릴 때 가상의 적은 어느 나라인가'라고 물으면 단연 미국을 꼽는다. 그러나 영어는 더 이상 '적국의 언어'가 아닌 사회적 지위 향상의 필수요건이 됐다. 내일도 중국 대학의 아침은 학생들의 영어 낭독으로 시작될 것이다.

/이재민·중국 베이징대 박사과정(중국 문화 및 매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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