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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32>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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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32>골턴

입력
200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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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2년 2월16일 우생학의 창시자 프랜시스 골턴이 영국 버밍검 부근의 스파크브룩에서 태어났다. 1911년 몰(沒). 골턴은 생물진화론의 바탕을 만든 찰스 다윈의 고종사촌이었다. 찰스 다윈의 조부인 의사 겸 시인 에라스머스 다윈이 골턴의 외조부다. 골턴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유명한 박식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전공은 의학이었지만, 그의 관심은 한계를 몰라 지리학·인류학·기상학·실험심리학·지문연구·통계학 등 온갖 분야로 뻗었다.그러나 오늘날 골턴이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이 대뜸 떠올리는 학문 영역은 우생학이다. 우생학은 인류를 유전적으로 개량하기 위해 여러 조건들과 인자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의학 전공자로서 골턴은 인간을 거의 전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유전적 요인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인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나쁜' 유전 인자를 없애고 '좋은' 유전 인자를 북돋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원적으로 '좋은 출생에 대한 학문'을 뜻하는 우생학(eugenics)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도 골턴이다.

생명과학의 진전에 따라 인간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정도가 종래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유전적 결정론은 우생학의 사회적 실천을 정당화하는 듯하다. 그러나 우생학의 실천이 섬뜩한 사회적 함의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생학의 목적은 우수한 소질을 지닌 인구를 증가시키고 열악한 소질을 지닌 인구를 감소시키는 것인데, 열악한 인자를 억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단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신박약자나 혈우병 환자를 강제로 또는 임의로 단종시키는 우생법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그러나 우생학은, 독일 나치 정권이 그랬듯, '열등하다'고 인정된 사회적·인종적 특정 집단의 일괄 단종이라는 가공할 유혹에 노출될 수도 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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