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해외기획팀 김종현 차장은 요즘 외국 바이어가 회사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숨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해외에서의 주문 급증으로 원하는 물량을 전부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요즘 본사를 찾는 바이어들이 개인적 친분 등을 내세우며 공급량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부쩍 잦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김 차장은 "본사를 찾는 외국 바이어의 방문은 2년 전까지만 해도 1주일에 한 두 건이었으나 요즘은 거의 매일 있다"며 "바이어가 기분 나쁘지 않게 청탁을 거절하려면 진땀을 흘려야 한다"고 말했다.한국타이어의 이 같은 주문 적체는 지난달부터 미국 포드사의 밴 주력모델인 '이코노라인 E-350'에 장착할 타이어를 연간 38만개씩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가중되고 있다.
현재 한국타이어가 외국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신차 공급용 타이어는 중국 현지생산품을 포함, 연간 600만개(전체 생산량의 10.5%)에 달한다.
납품 회사도 포드, 볼보, 르노, 폴크스바겐, 미쓰비시, 다이하츠 등 쟁쟁한 일류 기업들이다. 문정수 홍보팀장은 "현재 GM, 크라이슬러 등과도 납품계약을 진행 중"이라며 "세계 최고급 브랜드의 초고가 세단에 한국타이어를 장착하기 위한 막바지 상담을 진행중"이라고 귀띔했다.
투자와 수출로 위기 타개
한국타이어는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6% 증가한 1조7,787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중 수출이 1조1,000억원으로 60%가량을 차지한다.
원자재값 인상 등 여러가지 악재가 예상되는 가운데 예년 수준의 성장을 자신하는 이유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다른 기업들이 투자축소에 급급하고 있을 때 과감하게 중국 공장건설에 착수, 위기를 기회로 삼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저장성과 장쑤성에 동시에 건설한 2개의 공장은 완공 3년 만인 2001년 흑자로 전환해 지난해에는 25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효자공장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는 승용차 4대중 1대 꼴로 한국타이어 제품이 장착되면서 현지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한국타이어는 천연고무 등 원자재 가격급등과 환율불안 등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충환 사장은 "올해 천연고무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40%이상 올라 3%가량의 제품가격 인상요인이 생기고, 달러화 약세로 미국 시장에서 다소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타개하기위해 생산성 향상과 유럽시장 판매, 고급제품 판매비중 확대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매출액 3% R&D 투자
조 사장이 회사를 설명할 때 가장 앞세우는 것은 "매년 매출액 대비 3% 이상을 연구개발(R&D)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1.5%, SK텔레콤이 2.0%선인 것을 감안하면 연구개발에 대한 한국타이어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다.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인 초고성능 타이어 판매 신장률이 지난해 전년대비 46%가 늘어나는 등 고가제품 판매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고속성장의 비결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원만한 노사관계다. 한국타이어는 노사분규 열풍이 불던 89년 이후 현재까지 14년간 무분규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조 사장은 1년에 4차례 현장 생산직 사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경영실적을 설명하고 직원들의 고충을 듣는 자리를 만드는 등 노사간의 긴밀한 대화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생의 노사문화는 분규없는 산업평화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는 비결로 꼽히고 있다. 2002년 금산공장 화재 때는 노조가 임금협상 전권을 경영진에게 위임하기도 했다.
또 2000년부터 전 공장에서 4조3교대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3개조가 하루에 8시간씩 근무해 공장을 24시간 가동하면서 1개조는 휴무를 하는 제도로 인력이 25% 늘어나는 대신 공장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4조 3교대 시행전인 99년 직원 1인당 매출이 2억800만원 선이었으나, 2002년에는 2억5,530만원으로 22.7%가 상승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전공장 서병철 노사협력팀장은 "4조 3교대 실시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 근로자들의 작업집중도가 높아져 제품 불량률이 99년 0.42%에서 2002년 0.14%로 4배 가까이 줄었다"며 "무재해일수도 1,150일을 기록, 산업재해도 사라지는 등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어떤 회사
한국타이어(www.hanta.co.kr)는 1941년 창립이후 60여년간 타이어산업 외길을 걸어 왔다. 2003년말 기준으로 내수시장 점유율 48%로 1위를 차지했다. 매출 규모로는 세계 9위이다. 42년 영등포공장에서 타이어 생산을 시작해 79년에는 연산 2,300만개의 동양 최대 규모 대전공장을 가동했다. 97년에는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금산공장(연산 1,100만개)을 준공해 국내에서 연간 3,4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등 해외 전략기지에 대한 생산거점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99년 중국 지아싱과 장쑤지역에 2개의 공장을 완공, 연간 1,1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총매출 1조 6,769억원, 당기 순이익 1,008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총매출 1조 7,787억원, 순이익 1,150억원 등 창사이래 사상 최대의 실적을 목표로 삼았다.
타이어의 개발은 대덕단지에 위치한 중앙연구소를 비롯 미국의 ATC, 영국의 ETC, 중국 CTC, 일본의 JTC 등 전세계 5곳의 연구소가 맡고 있다. 석·박사급 연구원 300여명을 포함해 모두 500여명이 근무하며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펑크나도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 국내 최초 VR급(시속 240㎞) 타이어 및 Y급 타이어(시속 300㎞) 타이어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또 지난해 독일의 유력한 자동차 전문지 'AUTO'와 'MOT'가 공동으로 주관한 세계 타이어 테스트 1위, 프랑스 Auto Plus지 선정 유럽 1위, 그리스 1위 등의 성과가 말해주듯 세계가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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