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영화제에서는 보편적인 영화만 상을 받는 줄 알았습니다. '사마리아'가 관객을 당황하게 하는 부분이 많아 수상하기는 더욱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죠. 용서와 화해로 결말이 난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김기덕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폐막식 직후인 15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유명감독들이 많이 와서 상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내 작품세계를 인정 받아 매우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3월 유럽에서 개봉하는 자신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홍보를 위해 베를린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 도중 수상소식을 들은 그는 곧바로 베를린공항으로 돌아와 영화제 주최측이 제공한 리무진을 타고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출국 전 '이번 영화제에서수상 안 하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
"상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해 즉흥적으로 대답한것이다. 더욱이 원조교제라는 소재 자체가 상 받기는 힘들지 않은가. 그랑프리를 안 받겠다는 얘기로 이해해 달라(웃음). 내 영화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마리아'에서는 어떤 생각을 표현하고자 했는가.
"'사마리아'는 '원조교제를 다룬 영화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부모와 딸, 친구와 친구의 관계를 독특하게 다룬 작품이다. 인생에서 사람들은 실수도 하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만 이를 이분법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눠 단죄하는 것을 지양해 보고 싶었다. 기존의 '섬' '나쁜 남자' 등에서 표현했던 극단적인 폭력과 말초적 장면은 상당히 자제했다."
―작품 완성도에 만족하는가.
"'사마리아'는 촬영회수도 15회에 불과하고 제작비도 4억7,5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100%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진정한 발전은 제작비용과 촬영기간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음 영화는.
"유럽에 입양된 한국인들에 관한 영화다. 독일과 프랑스 측에서 제작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제시해 나의 최종 결심만 남아 있다. "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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