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류호'가 악몽을 떨쳐버리고 희망을 쏘았다. 그리고 그 희망을 만들어준 선수는 코엘류호의 골 결정력 부재 고민을 해결해준 '설바우두' 설기현(25·벨기에 안더레흐트)이었다. 설기현은 14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1골1어시스트를 기록, 안정환(2골)과 함께 축구대표팀의 5―0 대승을 이끌었다.이날 대승은 대표팀이 지난해 패배를 설욕했다는 것보다는 설기현이 코엘류 감독의 고민을 덜어준 구세주로 등장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또 설기현으로선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 등이 은퇴한 대표팀에서 차세대 간판 스트라이커로서 뚜렷한 입지를 굳혔음을 신고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기록상으로는 1골 1도움이지만 두 번째 자책골도 설기현의 단독 돌파를 막다가 생겼기에 그의 공헌도는 그 이상으로 평가된다. 설기현이 A매치에서 골맛을 본 것은 2002년 11월20일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이후 15개월만이다.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설기현은 탁월한 위치선정과 상대 수비를 휘저으면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 등 스트라이커의 본보기를 제시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원톱 안정환과는 자리를 맞바꾸는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공격력을 배가하는 역할도 맡았다. 더욱이 하프라인까지 내려오는 적극적인 수비가담으로 수비라인의 부담까지 덜어주었다.
설기현은 전반 25분 박지성의 오른쪽 코너킥에 이은 조병국의 벼락 같은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흘러나오자 오른발 슛으로 골을 잡아냈다. 또 후반 15분 절묘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며 왼쪽에서 그림 같은 크로스를 올려 안정환의 헤딩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설기현은 안정환이 교체돼 나가자 원톱으로 이동했다. 경기 종료 4분전엔 수비수를 따돌리며 돌파에 성공,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왼쪽 날개는 물론 최전방 원톱으로서도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지난해 무릎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3개월 동안 재활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오만에게 패했다'는 비보를 전해 들은 설기현은 지난달 벨기에 주필러리그에 복귀, 2경기 연속골을 잡아내며 부활을 선언했다. 코엘류감독은 경기 후 "안정환은 골 결정력이 돋보였고, 설기현은 움직임이 매서웠다"고 평가했다.
설기현은 "벨기에서 뛰면서 기량이 향상된 것을 예전에는 못 느꼈는데 지금은 수비와 공을 다툴 때 압박을 이겨내면서 공을 잡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18일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에서도 꼭 승리해 첫 단추를 잘 꿰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로써 한국은 상대전적 3승1패의 우위를 지켰으며 코엘류호는 출범이후 8승2무6패를 기록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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