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번주부터 기업인들에 대한 구속수사 개시 방침을 언급함에 따라 사법처리 범위와 수위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지난해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하면서 검찰은 수사에 협조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사법처리 강도에 차등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15일 "협조여부 외에 죄질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자복하지 않은 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강경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며 당초 약속을 지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안 부장은 특히 기업총수의 구속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죄질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해 보다 강경해진 입장을 보였다. 검찰이 기업총수의 구속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기준에서 어떤 기업이 비협조 기업으로 분류돼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기업수사가 마무리국면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면 일단 '협조기업'은 아닐 공산이 크다. 5대 그룹 중에는 삼성이 집중조사 대상이다. 한나라당에 추가로 170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삼성의 불법자금 제공규모는 최소 322억원이 됐고 현금 50억원을 더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70억원의 경우 삼성이 계속 숨겨온 것을 검찰이 채권시장을 뒤져 발견했다는 점에서 '협조'와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이학수 부회장 등 사건에 연루된 구조조정본부 핵심 관계자들은 검찰의 소환요청에 한동안 불응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처리 최소화를 위한 내부 교통정리를 위해 시간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건희 회장이다. 300억원이 훨씬 넘는 불법자금 조성과 집행이 총수 지시 없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최소 검찰 소환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안 부장은 이날 "삼성은 비자금 출처를 자백한 기업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주주 개인 돈'이라는 삼성측 해명에 대해 회의적이던 기존 태도에서 돌변한 것으로 검찰이 '삼성 손보기'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에 제공한 100억원의 출처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남긴 돈으로 주장하는 현대차, 한나라당 신경식 의원에게 준 10억원 외에 불법자금 제공을 일체 함구하고 있는 롯데그룹 역시 '비협조기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롯데의 경우 가장 협조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관련 임직원의 강도 높은 사법처리가 예상된다. 반면 LG나 SK, 한화의 경우 비자금 출처 소명이 끝나 비교적 홀가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부장의 언급에도 불구, 이들 기업이 갖는 무게를 고려할 때 총수 구속이 현실화할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당장 이번 주부터 들어갈 구속영장 청구는 실무를 담당한 사장급 임원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기업들이 노무현 후보캠프측에 제공한 대선자금에 대해 계속 함구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압박카드로 총수 구속가능성은 계속 열려져 있다고 봐야 한다. 또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서 보듯 최종책임 추궁 차원의 무더기 기업총수 검찰소환 및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점쳐진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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