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은 으레 한국말을 전혀 모를 것이라고 확신에 가까운 오해를 하곤 한다. 나만 해도 일상 회화에는 지장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국어를 한다. 덕분에 가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하루는 건널목에서 파란불을 기다리고 서 있는데 옆에 같이 서 있던 두 여고생이 서로 나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다. "얘, 이 미국 남자 영화배우같이 못 생겼어!" (나는 이 칼럼에 나가는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다고 자부한다) "얘는? 무슨 영화배우가 저렇게 못 생겼니?"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틀린 법이다)
또 이런 대화를 들은 적도 있다. 여대생으로 보이는 두 여성이 제법 큰 소리로 나를 두고 "얘, 외국 사람들은 냄새 나지 않니? 봐! 이 사람도 냄새 나잖아" 한다. 그날은 유난히 샤워를 깨끗이 하고, 애프터 셰이브까지 뿌린 날이다. "한국 사람들은 마늘 냄새가 나요!"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고 또 참았다. 서양인들은 한국에 도착하면 공항에서부터 마늘, 김치, 젓갈 냄새의 복합체를 맡기 시작한다.
캐나다인인 내 친구는 아랫배가 조금 나왔는데 전철 안에서 점잖은 부인들이 자기 배를 가리키며 "저거 봐, 똥배" 하길래 듣다 못해 자기도 부인들 다리를 가리키며 "무다리, 무다리"라고 했다. 부인들은 놀라 "어머머, 어머머" 하며 기절 직전이었다고 한다.
전철이라면 나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내 옆에 바짝 붙어 서 있던 두 부인이 "이 사람 미국 사람치고 잘생겼지?" "그래, 미국 남자치고는 귀엽게 생겼다, 얘"라고 했다. 그 때 마침 내가 내릴 역에 전철이 닿았고, 문이 열렸다. 나는 얼른 승강장에 내려 서서 문이 닫히기 전에 정중히 절하며 인사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는 미국 사람이 아니고 호주 사람입니다." 곧 문이 닫히고 유리창 뒤로 토끼눈을 한 부인들은 천천히 사라졌다.
가볍고 즐거운 에피소드만 이야기했지만 무거운 얘기도, 정말 다시 생각하기 낯 뜨거운 대화도 있었다. 마음 속으로는 끼어 들어 해명하고 싶었던 적도, 심지어 싸우고 싶을 때도 있었다. 왜 한국 사람들은 서양인들이 한국말을 전혀 못할 거라고 지레 짐작할까?
이 글을 읽는 한국분들, 제발 외국인이라고 그 앞에서 함부로 얘기하지 마시기를. 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웃거나 성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크리스토퍼 로렌스 호주인/비즈니스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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