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바이오벤처 업체가 탯줄혈액(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대머리를 치료했다고 발표해 논란을 낳았다. 이 업체의 주장은 '탈모 부위에 주사한 줄기세포가 모낭에 미약하게 남아 있는 늙은 줄기세포를 젊은 줄기세포로 대체, 이 줄기세포가 분화하면서 머리카락 공장인 모낭을 자극하면 머리카락이 다시 난다'는 것. 이 방법을 18명에게 적용한 결과, 2∼4주만에 머리카락이 났다는 설명도 뒤따랐다.'만능세포','난치병 치료의 열쇠'라는 줄기세포는 뼈와 혈액, 신경 등 260여 개의 신체세포를 만드는 기본 세포로, 인체 골수나 혈액에 존재하며 감염이나 염증 등으로 손상된 세포를 복구한다.
하지만 이 업체의 '경이로운' 발표에 대해 학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인 오일환 교수는 "새로운 치료법은 학회에서 발표돼 다른 전문가들의 연구심사를 거친 뒤 동물실험 등으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번 치료법은 이런 과정이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대학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도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해 아무 설명도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조혈모세포이식학회 관계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늙은 줄기세포를 젊은 줄기세포로 대체했다는 것은 공상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말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제대혈이식학회에서 같은 주장을 폈다가 참석자들로부터 "말도 안 된다"는 냉소를 받은 바 있다. 심지어 이 학회에 참석했던 한 한국 교수는 "너무 창피해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반응을 의식한 듯 이 업체는 비판적 입장인 언론사에는 보도자료조차 돌리지 않았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과학의 본질은 신뢰하지 않으면서, 그 방법과 발견을 악용하는 사이비 과학을 경계하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를 보면서 그가 말한 사이비 과학의 실체를 확인한 듯해 뒷맛이 씁쓸하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