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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동북아 3국연합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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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동북아 3국연합의 꿈

입력
200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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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중국 창춘에 소재한 지린대 상학원(경영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창춘은 1960년대 서울의 낙후된 모습을 닮았으나 중국인들의 현대화를 향한 힘과 열정은 강하게 느껴졌다. 대학지도층은 국제교류를 통한 개방화가 대학발전을 위한 변화의 핵심으로 믿고 있었다. 지린대 상학원장은 중국정부가 교수들의 해외연수, 학회참석 및 국제회의 개최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여기에 배정된 대학예산이 넘쳐 남아돌 정도라고 하였다.이러한 현상은 작년 국내대학을 방문한 중국 산동성 지난대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덩샤오핑이 개방정책를 채택한 후 중국경제의 개방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나 교육이나 문화의 개방은 상대적으로 뒤쳐졌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정부가 이제는 교육과 문화의 개방에 눈을 돌리고 있는 듯하였다.

필자는 중국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현재 많은 중국인들이 문화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세기 이상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문화혁명의 암흑기를 거치며 문화후진국으로 전락한 중국인의 문화에 대한 목마름은 매우 커 보인다. 최근의 한류 열풍도 이러한 중국인들의 문화갈증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를 중국정부가 크게 개의치 않는 것도 문화개방의 필요성에 대한 자각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필자의 마음속에 떠오른 소망은 동북아시아의 연합이다. 국가 간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로 인한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 조류이며, 지리적으로 인접한 나라들은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ASEAN)과 같이 이미 블록화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세계화의 조류를 고려하면 동북아 블록화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생각일 수 있다.

그러나 동북아의 블록화가 가져다 줄 엄청난 결과를 생각하면 필자는 가슴이 벅차 오른다. 경제적, 정치적 이득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중국, 일본의 하나 됨은 아시아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북아 3국 중 어느 나라도 연합에 대한 비전이 아직 없는 것 같다. 한국은 정치적 후진성과 통일문제가 앞을 막고 있고, 일본도 정치적 후진성 때문에 제국주의 시절 이웃에게 입힌 상처를 제대로 치유해 주지 못함으로써 기본적 신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 3국의 연합은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 단계로서 경제, 교육, 문화의 빈번한 교류를 통해 동북아 연합의 필요성을 많은 국민들이 자각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일이 필요하다. 교류에 큰 걸림돌은 언어의 차이이다. 그러나 동북아 3국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한자문화를 공유함으로써 사고체계가 유사하다는 점이 의사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한자교육을 받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한 외모가 비슷하여 서로 섞여 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점도 언어차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홍콩에 체류중인 필자에게 길거리에서 아무 의심 없이 광동어로 길을 물어보거나 물건을 팔아달라고 말을 거는 중국인이 많다. 이곳에서 필자는 최소한 외모로는 외국인이 아니다.

동북아 연합의 장기적 비전은 유럽연합과 같이 비자없이 서로 왕래하며, 자유무역과 화폐의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가 이 지역의 공용어가 되고, 공교육도 3개 국어로 이루어져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함께 어울려 자라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국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인임이 중요하게 된다. 필자는 동북아 연합이 서양문화중심의 근세사가 잃어버린 균형을 가져 다 줄 것이라는 꿈을 꾸어 본다.

정 운 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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