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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지방, 우리 모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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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지방, 우리 모두의 문제다

입력
200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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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급 국가고시 합격자의 20%를 지방대 출신으로 뽑는 '지방인재 채용목표제'에 대해 지난 주 3개 신문이 반대 사설, 1개 신문이 반대 칼럼을 실었다. 반대 논리가 얼마나 타당한지 검토해보기로 하자.첫째,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평등권에 어긋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해선 우리 헌법을 다시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서울-지방'이라고 하는 2원 구조가 이미 위헌이기 때문이다.

둘째, 지방대의 문제는 지방대 내부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건 이렇게 생각해보자. 라이벌 관계인 연세대와 고려대중 어느 한 대학이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전제로 하여 경남이나 전남으로 이전한다고 가정해보자. 정부가 아무리 지원을 많이 해준다고 해도 지방으로 옮긴 대학은 서울에 남은 대학과 경쟁할 수 없다. 크게 뒤 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나 동의하리라 믿는다. 대학이 단지 어느 곳에 존재하느냐 하는 이유만으로 경쟁력을 갖는 시스템에서 나라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셋째, 망국적 고시 만능 풍조를 지방으로까지 확산시킨다는 주장이다. 이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를 같은 차원으로 뒤섞는 논리적 오류다. 아마도 지방대에서 고시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리라는 걸 염려하는 것 같은데, 그런 논리라면 서울에서 그만큼 고시에 도전하는 학생들의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도 가능하겠다. 고시 만능주의가 워낙 망국적인 것이기 때문에 지방대 학생들은 고시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배려가 아니라면, 고시 제도 자체를 개혁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애쓰는 게 좋을 것 같다.

넷째, 우수한 지방대 졸업생들이 더 많이 지방을 떠나 중앙으로 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수하든 우수하지 않든 이미 많은 지방대 졸업생들이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서울로 가고 있다. 지방대 차별이 워낙 심해 자녀를 초중고교 때부터 서울로 보내는 학부모들도 많다. 그래서 수도권 인구가 자꾸 늘어나는 것이다.

다섯째, 선거를 앞둔 선심성 졸속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는 십수년전부터 활발하게 거론되었던 것이다. 정략적인 이해득실을 따져봐도 이 정책이 표를 더 얻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신문 사설 제목이 '행시(行試) 몇 명 더 뽑는다고 지방대가 사나'이길래 뭔가 화끈한 처방을 제시하나 싶어 기대를 갖고 읽다가 깜짝 놀랐다. 이 사설은 지방대들이 당장 교수 채용부터 바꿔 실력 외엔 아무것도 개입할 수 없도록 하면 그 파급 효과가 '지방인재 채용목표제'의 몇 십 배, 몇 백 배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뭘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매년 수백명의 교수들이 지방대에서 서울 소재 대학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실을 알고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면서 비판을 하면 좋겠다.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시에 사용해서 보자. 탈출구가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작은 구멍이라도 내보려는 시도에 문제가 없을 리 없다. '오죽했으면…' 하는 이해심을 가져보자. 지방이 쇠퇴하고 수도권 인구가 계속 더 늘어나는 건 서울시민들에게도 좋지 않다. 지방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지방대의 젊은 교수들도 자꾸 서울로 옮겨 갈 생각만 하지 말고 지방에 말뚝 박고 살 생각도 해보자.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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