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자동차 내수판매가 급격하게 주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20∼40%대의 판매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잘 나가던 프로젝션TV나 PDP TV 등 고급 가전제품의 판매도 눈에 띄게 줄었다. 골프채는 신제품이 나왔는데도 문의하는 사람조차 없다고 한다. 보석상들도 갑자기 손님이 끊어져 울상이다. 이들 품목의 때 아닌 판매부진은 순전히 정부 탓이다. 얼어붙은 경기를 녹이기 위해 더운물을 붓는답시고 특별소비세 폐지를 예고한데 따른 부작용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내수 진작방안의 하나로 보석 귀금속 고급시계 카메라 골프용품 프로젝션TV 등 사치품과 레저용품의 특소세를 이르면 내년부터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소세가 없어진다니 구매를 미룰 것은 당연하다. 국민들은 총선을 앞두고 다른 품목의 특소세도 인하·폐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검토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에어컨 승용차 등의 구매까지 미루고 있다. 시행까지 기간이 너무 길고 폐지대상도 그때 가서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는 것을 미리 발표하는 바람에 사위어가는 내수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 강남 일대의 유흥업체들은 최근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당연히 고급위스키의 출고도 대폭 줄었다. 백화점들도 설날을 맞아 선물용 상품권 매출이 격감했다. 경기침체의 영향이 없지 않았겠지만 접대비가 50만원 이상일 경우 업무관련성을 입증해야 하는 '접대실명제' 영향이 치명적이었다. 국세청은 이들 품목의 매출감소에 대해 경기침체 때문이지 접대실명제 실시 탓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다. 내수진작이 가장 필요한 때에 한쪽에선 내수진작을 한답시고 내수 죽이는 대책을 내놓고, 다른 한쪽에선 내수에 찬물을 끼얹는 시책을 펴고 있으니 경제가 이 꼴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 유난히 추위가 매서웠던 올 겨울 동파사고도 많았다. 얼어붙은 계량기를 녹이느라 더운물을 붓고 헤어드라이기로 녹이는 소동을 벌였다. 어릴 적, 하루종일 추위를 모르고 들판 못에서 얼음을 지치다 집으로 돌아오면 손발은 완전 얼음덩어리가 되기 일쑤였다. 그때 엄마는 바로 뜨거운 물을 주지 않으셨다. 손발이 쑤시고 간지러워 호들갑을 떨었지만 엄마는 서서히 언 몸을 녹이라며 온돌 이불 속에 손발을 넣게 하셨다. 동상을 피할 수 있는 지혜였다. 다시는 꽁꽁 얼어붙은 경제가 동상에 걸리게 만드는 식의 얼빠진 대책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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