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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국제 간 심포지엄/B형 간염 "예방 소홀한 의료정책이 의료비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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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국제 간 심포지엄/B형 간염 "예방 소홀한 의료정책이 의료비 낭비"

입력
200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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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간염은 아시아의 질병이다. 환자의 4분의3이 아시아에 몰려있고, 22초마다 한명이 그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300만명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이며 간질환은 4번째 사망원인이다. 그런데도 예방 외에 치료법에 대해선 혼돈스러울 정도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이제야 나오기 시작해 가이드라인이 채 정립되지 않은 탓이다. 국내·외 간 권위자들이 14, 15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회 국제 간 심포지엄(조직위원장 문영명·연세대의대 교수)에 참가, 그 쟁점을 논의했다.항바이러스제 언제부터 쓰나

아이시스 리서치가 국내 간 전문의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B형 간염 환자에 대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한 환자가 31%, 간장약 처방이 39%, 병용 처방이 13%, 아무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가 17%로 드러났다.

심포지엄에서 '만성 B형 간염의 조기치료 찬반론'을 주재한 한혜원(미 토마스제퍼슨의대) 교수가 바이러스 보유자에게도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만 있을 뿐 간세포가 정상인 보유자에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데에는 많은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내과 이관식 교수는 "간수치(got, gpt)가 높지 않은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봤자 바이러스 증식을 차단하는 치료효과는 낮고 내성만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유자는 일단 치료에서 제외하되, 보험가로 치료를 시작하는 기준을 간수치 100에서 80으로 낮추는 것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간수치가 정상(40)은 넘지만 80 미만인 경우엔 여전히 항바이러스제 투여에 신중해야 한다.

내성 생기면 약 끊어야 하나

1999년 나온 제픽스는 최초의 먹는 B형 간염 치료제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약에 내성이 생기는 환자가 매년 15∼25%씩 누적되는 한계가 드러났다. 이 경우 제픽스를 끊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는 가장 논란이 많다.

제픽스를 피해가는 변종 바이러스가 염증이 일으키므로 약을 끊는 게 좋다고 볼 수 있지만, 그 경우 제픽스로 억제된 원래의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제픽스를 계속 먹어야 한다, 간장약을 병용해야 한다, 약을 끊고 간장약만 써야 한다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약을 끊는 시점에 대해서도 '염증이 심해지고 바이러스 DNA가 늘어날 때'라고 말하나 명확한 기준이 없다. 사실상 의사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 최소한의 기준은 치료 전보다 악화하거나 간부전인 경우 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심포지엄에서 그 돌파구로써 내성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인 신약들이 소개됐다. 로버트 페릴로(미 오슈너 클리닉) 박사는 "내성 환자 135명에게 헵세라를 병용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 DNA 감소가 85%, ALT수치(염증정도) 정상으로 돌아온 환자가 31%로 제픽스만 투여한 환자군(각 11%, 6%)보다 크게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헵세라는 이달 중 국내 출시될 예정이며 이밖에 내성에 효과가 있는 많은 약들이 막바지 임상시험중이다. 앞으로는 언제 약을 바꿀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무엇이 의료비를 절감하는가

B형 간염 치료의 심각한 쟁점 중 하나는 비용 문제다. 서울아산병원 내과 서동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B형 간염에 지출되는 의료비는 연 1조1,500억원에 달하며 66%가 치료를 위한 직접 의료지출, 21%는 실직 등으로 인한 간접비용, 13%는 예방 비용"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예방과 조기치료에 무관심한 의료정책이 오히려 전체 의료비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40∼50대의 경우 어려서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결과 간질환이 2번째 사망원인으로 떠올랐다. 가장의 질병과 사망으로 한 가정이 위협받는 것을 감안하면 예방접종을 게을리 한 것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따지기 어려울 정도다.

치료제에 대한 보험기준도 논란이 많다. 세브란스병원 내과 한광협 교수는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B형 간염 치료제(제픽스)에 대한 보험적용을 1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간염이 악화해 간 이식을 한다면 5,000만원∼1억원이나 든다"며 "재정지출을 줄이려는 것이 장기적으론 오히려 지출을 늘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제픽스는 3년정도 복용해야 완치율이 겨우 30∼34%인데도 1년만 지나면 보험에서 제외돼 환자가 임의로 약을 끊는 경우마저 있다. 해외에서 이미 출시된 신약인 헵세라도 워낙 고가여서 약값에 의해 환자의 선택이 제한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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