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겨냥한 책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청소년 도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판의 사각지대로 불릴 만큼 책을 내지도, 찾지도 않았던 분야. 하지만 기존에 청소년 책을 내오던 사계절, 현암사, 창비, 김영사는 물론 그린비, 풀빛, 문학과지성사, 푸른숲, 돌베개, 이룸 등도 '주니어'팀을 구성하고, 분야도 문학뿐 아니라 철학, 과학, 역사 등으로 확장해 청소년 도서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다. 1992년 출간된 '반갑다, 논리야'(위기철 지음, 사계절 발행)가 일으킨 반짝 붐 이후 10여년 만이다.순정소설, 만화, 무협지, 판타지 등을 즐겨보던 청소년들이 갑자기 왜 이런 책들을 읽게 됐을까. 대입논술제도가 독서를 강요하기도 했지만 독서캠페인,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벌인 중·고교 도서관 활성화 운동이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또 잠재고객인 학교 도서관이 5,000여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출판사들이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앞장서고 끊임없이 시장을 두드린 것도 주효했다. 청소년도서를 발간하고 있는 주요 출판사들의 경우 지난 해에만 20% 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때문에 출판계에서는 청소년 도서 붐이 불황을 타개할마지막 시장이면서 나아가 도서관 연계 수업 등을 잘 활용할 경우,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으로 아동도서시장처럼 거품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독서교육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독서운동 교사들의 모임 '책으로 만드는 따뜻한 세상' 대표인 허병두 숭문고 교사는 "청소년 도서가 쏟아져 나오면 독서 지도사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사교육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며 "본격적인 독서지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출판평론가 이권우씨는 "악서(惡書)가 양서(良書)를 몰아낼 가능성이 있으므로 학교 도서관에서 꼭 구입해야 할 책들을 선정해주는 미국의 '스쿨 라이브러리'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사서교사와 함께 타 과목교사들이 연계하여 관련 분야의 책을 엄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청소년 도서 붐이 공교육을 살리고 출판시장의 미래를 열어줄 구세주가 되려면 학교와 학생, 출판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만으로는 도전히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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