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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나라, 해체까지 각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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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나라, 해체까지 각오해야

입력
200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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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기회라면 지금 한나라당이 처한 위기는 마지막 기회다. 그간 자기개혁의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여당의 대치점에 안주, 반사이익의 매너리즘을 벗지 못한 채 존재의 위기를 맞은 게 한나라당의 현주소다. '차떼기'의 절박한 위기를 호도하던 자기최면 상태에서 나온 게 시대착오적인 서청원 의원 석방 결의안이었고, '혹시나' 하고 기회를 엿보려던 시도는 맥 빠진 대선자금 청문회였다. 그러던 차에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220억원 수수가 추가로 드러났다. 이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선거를 불과 두 달 남짓 앞두고 원내총무와 대변인이 사퇴하는 야당이고서야 누구에게도 지지를 호소할 수 없고, 어떤 이념과 시대정신도 대변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역대 야당에 이런 위기와 절망은 없었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다수 야당이다. 대통령의 인기와 지지도가 바닥을 헤맬 때 야당 마저 이를 담아내는 대안적 역할과 기능을 못하면 이는 단순히 한 정당의 문제를 넘어선다.

소위 진보세력이라고 해서, 그리고 여당이 개혁을 선점했다고 해서 정치가 독점되는 것은 아니다. 정당한 반대 세력과 합당한 다른 가치가 이 사회에는 엄존한다. 한나라당은 이를 담당할 책임을 가진 최대의 원내세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안이한 기득 세력으로 자기를 탈피할 줄을 몰랐다. 최병렬 대표 체제의 최대 실책은 이 점을 망각했던 데 있다. 대통령 측근에 대한 폭로 등을 수단으로 삼는 대여투쟁이 아니라 뼈를 깎는 내부혁신, 창조적 파괴를 지향하고 실천하는 자기투쟁에 힘을 쏟아야 했다.

이제 곪을 대로 곪았던 상처가 터졌다. 선거는 코 앞이다. 더 이상 물러 설 곳도 기댈 곳도 없다. 당 해체도 불사하는 환골탈태가 아니고는 쪽박을 찰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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