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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전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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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전5권)

입력
200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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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봉 지음 웅진닷컴 발행

처음 출판사에 면접을 보던 때였다. "포부가 있다면?" 이 간단한 질문이 그렇게 막연할 수가 없었다. 식은 땀과 함께 짧은 순간 나는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나는 책을 만들면서 무엇을 얻고 싶은 걸까?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 거지?" 당황한 나를 빤히 쳐다보는 면접관의 눈이 왜 그리도 커 보이던지.

겨우 내놓은 답변이라는 게, "한국사를 좀더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제대로 만들었으면…." 엉겁결에 내뱉은 임기응변이었으나, 지금은 꼭 한 번 이루고 싶은 꿈이 되었다. 그래서 연애시절 아내가 어떤 책을 꼭 만들고 싶은가 물었을 때도 같은 답을 했다. 요즘도 가끔 묻는다. "당신이 만들겠다던 그 한국사 책은 언제 나오는 거야?"

출판의 선진국들이란 대체로 제국주의의 경험을 지닌 나라들이다. 그런 나라의 출판물을 보면 정말 턱이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중 가장 부러운 것은, 전통을 자랑하는 지적 자산과 그것을 바탕으로 보통 사람의 눈에도 재미있게 보이는 책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책 그 자체가 멀티플렉스 상영관이거나 가족형 리조트 같은 느낌이다. 그 안에 다양한 읽을 거리와 볼 거리가 제공되고, 그 안에서 상상하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레저가 되는 책. 그게 어디 기술의 힘이겠는가. 기술로만 치자만 우리처럼 책 잘 만드는 나라도 없을 터. 문제는 기술보다 먼저 콘텐츠. 이 지점에서 솔직히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박은봉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를 만나게 되었다. "네루의 '세계사 편력'을 흉내낸 건가"하면서 보았더니, 네루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책이었다. 편지글이 갖는 따뜻함은 아이를 향한 자상한 엄마의 시선을 담기에 충분했고, 사람들이 살았던 실제 모습을 그린 듯이 설명하고 있었다. 이러한 설명은 자칫 역사를 암기와 암기를 위한 도식으로 전락시키는 기존의 역사 서술과 큰 차이를 지니고 있다. 물론 편집자의 노력이 오롯이 배어있는 복원 그림들과 사진들의 활용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어찌 보면 내가 그리던 멀티플렉스와 가족형 리조트에 가까운 형태가 아닐까.

저자를 만날 기회가 있어 물었다. "내용이 정말 이해하기 쉽더군요. 특별한 비법이라도…?" "책을 쓰는 내내 딸 아이에게 감수 받았어요." 그 한마디에 나는 콘텐츠의 힘은 연구성과 그 자체가 아니라, 연구성과의 소통에 대한 필자의 집념에 좌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아득해졌다. 내가 나와 내 아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 큰 산을 넘어야 하겠구나….

/김장환·청어람미디어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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