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지음 좋은생각 발행·9,000원
'(숫돌은) 쇠를 그냥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요술을 부리는 게 아니라 제 몸도 닳아 없어지면서 칼날을 세워주는 것이었다.
도종환(50) 시인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의 한 대목이다. 잔잔한 감동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시인은 면역기능이 저하되는 병인 '자율신경실조증'을 앓고 있다.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투옥됐고, 10년 만에 복직해 충북 진천군 덕산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교육·문화 운동에 헌신해온 그이다. 지병으로 몸을 추스르기 힘들어지자 2003년 3월 휴직계를 낸 그는 이 달 초 사표를 제출한 후 충북 보은군의 작은 산골마을에서 휴양하고 있다.
산 속에서 시인이 건져올린 삶의 진리는 '사랑'이다. 복숭아 나무의 붉은 새순에서, 붉게 달아오르는 사랑을 본다. 그가 배운 사랑의 교훈은 강물처럼 "서로의 목마름을 채워주고 서로의 대지를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나뭇잎이 바람에 몸을 씻으며 위로하는 소리, 개울물이 자갈에게 모난 곳을 버리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건물에 몸을 눕혔다가 아스팔트 거리로 나오는 세상 사람들에게 도씨는 "부디 삭막한 곳을 지나더라도 마른 꽃향기를 만나고, 보도블록 위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라도 손에 주워 들고 걸어가기를"당부한다.
몸이 아프고 그 때문에 마음도 아파졌던 것이, 숲과 별과 벌레를 만나고 자기 안의 고요와 평화를 다시 만나면서 모든 것이 '참 좋은' 게 됐다. "내 몸이 정지신호를 보내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숨차도록 열심히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얘기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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