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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신 나간 "위안부 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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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신 나간 "위안부 누드"

입력
200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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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성피해 여성을 주제로 누드집을 제작하는 것은 제 정신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군대위안부들을 위로하려는 기획이라거나 성피해 여성문제를 다루면서 한일관계를 재조명한다고 아무리 강변하더라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옷 벗어 돈 벌고 인기 끌려는 생각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누드열풍은 이제 아픈 역사의 피해자들까지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욕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구는 스포츠를 주제로, 누구는 강간을 주제로 알몸 촬영을 하는 식으로 누드산업은 가열돼 왔다. 성의 상품화와 관음증을 부추기는 누드열풍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은 터에 차별화 특화의 명목으로 군대위안부까지 들고 나왔다. 아무리 돈벌이가 잘되고 미모의 여성연예인이라면 경쟁적으로 하는 일이라지만, 지각 없고 철없는 짓이다.

출연자 이승연씨는 이 달초까지만 해도 누드집 촬영설을 강력히 부인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성피해여성문제에 정면 대결하는 역사의식을 갖춘 연예인이 되었다.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그는 운전면허 불법 취득혐의로 사회봉사까지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을 보면 사회봉사를 통해 얻은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새로운 스캔들을 스스로 만들어 낸 셈이다. 촬영하는 동안 위안부할머니들을 생각하며 내내 눈물을 삼켰다는 말도 우습기 짝이 없다.

군대위안부 할머니들은 12년째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이 할머니들은 보상금 등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일본의 만행을 고발해 왔다. 그들이 시위현장에 서기까지 얼마나 눈물과 오욕의 세월을 보냈을까를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기획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씨나 기획사 어느 쪽에서 먼저 제의를 했든 할머니들을 돕고 싶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도 된다. 굳이 벗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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