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종군위안부, 군인, 노무자 등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를 밝혀줄 한일협정 문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1965년 체결된 이후 한일협정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내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강영호 부장판사)는 13일 일제 강점 피해자 99명이 "일본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 위해 한일협정 문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한일협정 관련 57개 문서 가운데 손배 청구권과 관련된 5개를 공개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공개대상 문서는 52년 1차 한일회담부터 63년 6차 한일회담까지 11년간 논의된 내용 가운데 손배 청구권 관련 협상 자료를 총망라한 것이다.
재판부는 "개인적 손배 청구권 소멸 여부를 확인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에 해당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원고들의 나이가 많아 청구권 인정 여부의 판단을 기다릴 기간이 오래 남지 않았고, 문서가 작성된 지 30년이 훨씬 지나 외교 기밀이 포함됐더라도 비밀로 유지할 객관적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했으나 "한일협정에 따라 이미 청구권이 소멸됐다"며 대부분 패소했다.
그동안 외교통상부는 "한일회담 과정에서 양국의 심각한 입장 차이와 협상 전략 등이 문서에 담겨져 있어 공개될 경우 불필요한 반일, 반한 감정을 야기할 수 있고,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수교교섭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 정부에 비공개를 요청했다"며 공개를 거부해 왔었다. 외교통상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국가 안보 및 국익과 관련된 사항이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김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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