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출범한 제2기 청와대 비서실의 지향점은 화합과 탈(脫) 코드다. 노무현 대통령은 동원 가능한 정치적 측근들을 모두 출마시켜 총선 올인 체제를 갖춘 뒤, 빈 자리를 관리형 인사와 관료들로 채웠다. 이 대목에서 취임 후 1년 내내 코드 논란에 휩싸여 지지기반 확대에 실패했다는 자기반성의 흔적이 엿보인다. 비(非) 노무현 코드의 인사들을 등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는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이 김우식 신임 비서실장에게 거는 기대를 살펴보면 이런 점이 더욱 뚜렷해진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 실장의 장점은 친화력이 뛰어나 인재풀이 방대하다는 것"이라면서 "청와대는 정부의 인사를 하는 곳인데 노 대통령은 그를 통해 인재 풀을 넓히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이 외부 인사 영입의 창구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김 실장을 통해 코드가 서로 맞지 않는 측근 및 관료들이 혼재하게 된 비서실의 조화를 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규 변호사를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도 통합형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변(문재인 전 수석)에서 김& 장 법률사무소(박 수석) 출신으로 옮긴 것 자체가 하나의 변화를 상징한다. 노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에도 불구하고 박 수석은 보수적인 성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비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의 기용은 그 자체가 또 다른 실험이며, 청와대 비서실이 당분간 안정되기 보다는 어지러운 형국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우선 정무적 판단에 한계가 있는 김 실장이 청와대 2인자로 자리 매김 할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있다. 김원기 정치특보가 사실상 정치 비서실장으로 활동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결국 2기 청와대는 구심력부재로 공동(空洞)화하고, 총선 후 여권 재편 때까지 과도기 비서실에 머무를 것이라고 지적되기도 한다.
야권 일각에선 김 실장이 상고출신이고, 박 수석이 노 대통령과 고시공부를 같이 한 사이란 점을 들어 코드인사의 재판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나라당은 "총선 출마의 결원을 충원하다 공석도 못 채운 땜질인사"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는 1년 내내 실험하고 코드 정치하다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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