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핸콕 지음·마도경 이원기 옮김 까치 발행·각권 1만5,000원
에덴 동산이 페르시아만의 바다 속에 있었다고? 이제 그레이엄 핸콕의 눈은 하늘에서 바다 속으로 간다. 이집트, 마야 등의 고대 문명에서 보이는 천문학적인 지식을 신비롭게 설명하던 그가 이제는 스킨 스쿠버 장비를 짊어지고 페르시아만으로, 지중해로, 그리고 일본 연안의 바다로 뛰어 들었다.
수 년 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핸콕의 '하늘나라의 거울'이라는 초고대 문명 전시는, 오키나와의 바다 속에서 드러난 신석기 시대 건축물의 잔해가 바다 속 수몰문명이며 그 시대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오래된 것임을 보여줬다. 이제 '신의 봉인'(원제 'Underworld:flooded kingdoms of the ice age')에서는 본격적인 바다 속 문명탐사의 결과를 말하고 있다.
'홍수' 신화에서 나타나는 홍수의 개념을 핸콕은 물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동경이나 외경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로 믿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학 인류학자인 알란 던데스가 '홍수'를 태반의 양수에서 오는 것이라고 보는 심리적 신화 해석을 핸콕은 반박하고 있다.
고대 문명이 가지고 있던 홍수 신화는 그들이 오래 전에 겪었던 역사적인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고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의 문명을 이룩한 도시는 현재의 페르시아만 속에 빠진 문명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핸콕은 현생인류가 진화하면서 겪은 몇 가지의 중요한 사실을 토대로 현재 바다에서 발견되는 전 세계의 유적들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두 개의 큰 가설을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는 왜 고대문명이 5,000년 밖에 안 됐겠는가? 당시로서도 현생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지 10만년 이상이 됐는데, 적어도 1만 년 전에도 현생인류는 충분히 문명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전제를 내세운다. 둘째는 초기 문명들이 오늘날 대륙붕에 해당하는 지점에 있었고 1만8,000년 전에 빙하가 녹으면서 모두 수몰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체로 계산해도 북미와 남미대륙을 합친 것보다도 큰 대륙이 이 시기에 물에 잠겼는데 이 곳은 인간 거주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었다.
이 책에서 그가 구사하는 인류의 진화사, 빙하기 기후와 지질변동, 고대 신화, 그가 다루고 있는 지역의 문화발전과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독자로 하여금 핸콕의 가설에 빠져들지 않으면 안되게끔 만들고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선사 고고학자도 고고학 지식의 평형감각이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고고학적인 증거와 과학적인 논리를 갖춘 핸콕의 인류와 문명진화에 대한 가설은 미래 고고학의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는 듯하다. 그는 이 책에서 인도, 몰타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일본과 동중국해 일대에 퍼진 고대 문화의 증거들을 서술하고 있다. 인류의 진화나 문명의 정의, 연대기, 문화변동의 요소에 대한 추론에서 약간 불분명한 부분이 있고 오해와 비약이 있지만 현생 인류의 문화 발전과 지구의 변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하소설처럼 손에서 떨어지지 않을 책이며 많은 사실을 제공한다.
/배기동·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저자 그레이엄 핸콕은 누구
고대문명의 수수께끼를 추적한 탐험물로 일가를 이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한때 영국 일간지인 '더 타임스' '가디언'의 기고가로 활동했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동아프리카 특파원을 지내기도 했다. 1992년 '노아의 방주'를 소재로 쓴 '암호와 봉인'(The Sign and The Seal)을 비롯해 '신의 지문'(Fingerprints of the Gods)과 '신의 거울'(Heaven's Mirror) 등이 27개 국어로 번역돼 500만권 이상 팔렸다. 특히 '지적인 추리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신의 지문'은 일본에서 80만부, 우리나라에서 30만부가 판매됐다. 이 책에서 그는 남극대륙이 발견되기 3세기 전인 16세기의 지도에 이미 남극대륙이 표기됐다는 것을 단서로 1만3,000년 전 남극에 고대 문명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6,500년 전 이집트를 중심으로 초고대 문명의 네트워크가 구축됐을 것으로 추정한 '신의 거울'도 호평을 받았으며 이 같은 내용은 영국의 TV방송 '채널4'에서 '잃어버린 문명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영상물로도 제작됐다. 다음 작품은 비밀 종교의 건축물과 유적을 밝히는 '부적―신성한 도시, 신비의 믿음'(Talisman-The Sacred Cities and The Secret Faith)으로 5월에 나올 예정이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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