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 지음 민미디어 발행·2만원
"지금 음악이 과거에 그랬듯 우리에게 설렘과 전율의 충격을 던지고 있는가."
음악 평론가 임진모(45)씨의 질문이다. 그가 바라본 현실은 "음악가가 세상을 보는 자유로 인식되던 'free'라는 단어가 '공짜'의 의미로 쓰이는 음악적 중세"다.
임진모씨는 이 시대 큰 별들에게 해답을 묻는다. '우리대중음악의 큰별들'은 그가 신중현, 한대수, 조용필, 김창완, 한영애 그리고 좀 더 시대를 거슬러 내려와 김건모, 이은미, 윤도현, 신승훈까지 26명의 가수들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일반 독자에게 이 책은 스타의 내밀한 부분을 훔쳐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주현미는 "'신사동 그 사람' 때문에 트로트가 관광버스용 음악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질문에 막힘 없이 "인정한다"고 말한다. "신사동 그 사람'은 정통 스타일의 '비에 젖은 터미널'을 대신해 끼워 넣었다가 히트친 것"이라고 뒷이야기를 전한다. 양희은에게는 "경기여중―경기여고―서강대 사학과라는 이력은 일반적인 아줌마와 다르다. 기획적인 접근 아니냐"는 공격적인 질문을 건넸지만 그는 "날봐 아줌마잖아. 내가 아줌만데 뭘 그래"라고 시원스레 대답했다.
진실인 양 굳어진 소문의 진실도 밝힌다. 심수봉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선선히 대답했다. 첫 번째는 한남동 고급 비밀요정에서 두 번째는 국무총리 관저 증축 기념관 행사에서, 궁정동에서 만난 것은 세 번째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심수봉에게 직접 건넨 말은 "자네 노래를 들으니 눈물이 나더라"였다. 촌스럽고 못 나서 병풍 뒤에서 얼굴의 가리고 노래를 했다는 소문에 대해 그는 "어떻게 그런 소문이 나올 수 있는 건가요. 그런 못된 루머를 만든 사람은 벌 받아야 합니다"라고 펄쩍 뛴다.
물론 이 책은 스타 엿보기가 아니다. 이 책은 '이시대 음악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한 한 평론가의 길고 지루한 질문을 연속 해대고 있다. "조용필씨가 음악 영웅이었노라"(안치환)는 고백에서 "돈 떨어지면 한국들어와서 공연한다는 말이 제일 듣기 싫다"(패티김)까지 그들의 말 속에는 어떤 형태로든 음악을 사랑하고 자존심을 지켜 가는 이 시대 가수들의 진심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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