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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역사 모독한 "누드 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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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역사 모독한 "누드 상술"

입력
200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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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이승연은 12일 군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상집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며 촬영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장이 터져 눈물을 흘린 사람은 따로 있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사무처장은 "소식이 알려진 뒤 할머니들이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과연 이승연이 그렇게 떳떳하다면 수요집회에 나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승연의 화보집 소식을 접한 네티즌이나 일반인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저고리를 풀어헤치고, 가슴을 드러내 성욕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사진 몇 장이 어떻게 일본군의 성노예가 됐던 피해자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연과 (주)로토토 측의 궤변은 끝이 없다. "잘못된 여성의 성 상품화 행태에 종지부를 찍겠다." "더 이상 누드는 없다." "수익금으로 군위안부 피해자를 돕겠다." 하지만 그들의 '순수한 의도'(?)와 달리 영상물을 인터넷과 모바일로 판매할 로토토의 주가는 12일 코스닥에서 가격 제한폭까지 뛰었고, 영상물을 일본과 미국에 소개할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 이승연의 영상집이 '무료 자원봉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승연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사이, 누드 배우 정세희는 3월 도쿄 신주쿠에서 일본의 독도 망언에 항의하기 위해 올 누드 퍼포먼스를 펼친다고 발표했다. "독도문제를 생각하다 위안부에까지 생각이 이르렀다"는 이승연의 발언만큼이나 황당하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의도에 대항, 민족주의와 애국심의 기치가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애국심이라는 우산 밑에만 있으면, 누드와 성의 상품화마저 숭고한 '애국주의'가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김대성 문화부 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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