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 사장 인사 후폭풍과 이헌재 경제부총리 효과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은행권 인사의 윤곽이 다시 흐려지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3월 중 있을 우리금융그룹과 기업은행장 인사. 총선을 앞에 두고 '관치 인사'를 강행할 수 있을 것인지, 이른바 '이헌재 사단'이 중용될 것인지, 또 정부 관련기관장 단임 원칙은 지켜질 것인지 등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1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이날 마감한 기업은행장 공모에 금융계 15명, 경제계·학계 각 1명등 총 17명이 지원했다. 지금까지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사들은 정기홍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강권석 금감원 부원장, 박철 전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다. 제청권을 갖고 있는 재정경제부 역시 현직 국책금융기관장을 기업은행장으로 밀고 그 자리에 현직 공무원을 보내는 '쿠션 인사'를 내심 바라고 있다. 특히 '이헌재 효과'를 등에 업고 정 전 부원장 등의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김종창 전 기업은행장의 금융통화위원 행을 두고 터져 나온 낙하산 인사 시비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부총리 취임 직전의 일이기는 해도 주택금융공사 초대 사장에 예상을 깨고 민간 뱅커 출신인 정홍식씨를 선임한 대목에서도 정부의 이 같은 태도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관치 시비를 무마하기 위한 일회성 인사라는 시각도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금감원이나 한은 역시 광의의 정부 기관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의외의 민간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총선을 코 앞에 둔 3월말 주총에서 확정될 우리금융그룹 인사 역시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 윤증현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진만 전 한빛은행장, 김상훈 국민은행 이사회 회장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일각에선 PK(부산·경남) 출신 인사가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금융 회장에 관료 출신이 앉는다면 적어도 우리은행장 자리는 민간의 몫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부총리와 가까운 이덕훈 행장의 연임설도 흘러 나오지만 정부 관련기관장 단임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내부 승진이나 민간 출신의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총리가 부임 후 맞는 첫 관련 기관장 인사에서 낙하산이나 친분 인사 등의 시비를 없애고 시장이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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