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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난자 이용 줄기세포 배양 성공까지/복제배아 4세포기 못넘겨 한때 절망 배양조건 바꾸자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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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난자 이용 줄기세포 배양 성공까지/복제배아 4세포기 못넘겨 한때 절망 배양조건 바꾸자 "기적"

입력
200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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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없는 길이었지만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온 생명공학 두뇌들이 한국 과학계를 일약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황우석 교수 등 14명의 연구팀이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 13일(한국시각) 미국 시애틀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는 기자회견을 갖기까지의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인 문신용(서울대의대) 교수 아래 7개의 대학과 병원에서 14명의 정예가 모여 본격 연구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 2월.

먼저 한양대의대 산부인과 황윤영 교수팀이 여성 16명의 동의를 받아 242개의 난자와 난구세포를 채취, 서울대 수의대로 옮겼다. 황우석 교수 아래서 합숙생활로 단련된 연구진은 10년 가까이 소, 돼지 세포를 다루며 눈감고도 이식을 할만한 복제 기술자들이다. 하지만 복제된 배아는 배반포는커녕 4세포기를 넘기지 못했다. 150개가 넘는 난자가 그렇게 허비됐다. 지난해 4월에는 미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턴 박사가 "영장류의 복제배아는 세포분열에 결함이 있어 현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게재, 연구팀의 기를 꺾었다. 내로라하는 바이오벤처인 어드밴스트셀테크놀로지(ACT)나 중국의 연구팀도 4세포기나 6세포기에서 손을 들었다.

"정말 안 되는 게 아닐까, 자연의 섭리를 무모하게 거스르려는 걸까…." 연구팀에 점차 불안이 엄습했다. 그러나 이식 후 세포융합 시간을 조절하고 배양액을 섬세하게 만드는 등 조건을 바꾸자 배반포기까지 자라는 확률이 20%로 급상승했다. 엄청난 수치였다. '영장류 복제 불가론'을 밝혔던 섀턴 박사가 "한국 연구팀의 독창적 이식·배양 기술이 특기할만하다"고 논평할 정도.

배양에 성공하자 미즈메디병원 윤현수 불임연구소장팀이 나섰다. 미 국립보건원(NIH)에 줄기세포를 등록해 꾸준히 만들어내는 전세계 6개 기관 중 하나다. 윤 소장팀은 영원히 배아줄기세포를 쓸 수 있는 3개의 세포주를 확립시켰다.

6월말 연구팀은 첫 논문을 작성했다. 하지만 마지막 난관이 있었다. 같은 여성의 난자와 난구세포를 이용한 탓에 이것이 복제된 배아줄기세포임을 입증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던 것. 연구팀은 그 확인을 미 미시간대에 의뢰했고 그렇게 한미 공동연구가 됐다.

사이언스측은 6개월간 지루하게 심사하며 보완을 요구했다. 2월4일 마침내 '논문 통과'가 통보됐다. 황 교수는 너무 기뻐 말이 막혔다. 고개 한번만 돌아봐도 처지는 생명공학의 치열한 경쟁에서 한국의 과학자들이 먼저 고지를 점한 순간이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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