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의 다나카 히토시(田中均·57·사진) 외무심의관이 11일 북한을 전격 방문하면서 대북 협상의 최전선에 다시 나섰다.그는 아시아대양주 국장 시절이던 2002년 9월 북일 평양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배석했던 일본의 '대북 밀사'다. 일본 정부 내의 대표적 대북 대화파로 꼽히는 그는 북한 외무성의 일본 담당 실력자인 송일호(宋日昊) 부국장 등 북한측과 다양한 비밀채널을 이용해 접촉을 하면서 북한측에 두터운 신뢰감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뛰어난 기획력과 철저한 비밀교섭으로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가 사실로 드러나고 이어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본 내 대북 여론이 악화돼 "대북 유화론자"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아왔다. 지난 해 9월 그의 집에서 우익단체가 설치한 폭발물이 발견됐고, 보수파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는 "폭발물이 설치돼도 싸다"고 폭언을 서슴지 않았을 정도다.
그가 대북 협상의 일선인 아시아대양주 국장에서 외무심의관으로 비켜날 때 정상회담에 동석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 부장관이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며 대중적 인기를 몰아 자민당 간사장에 발탁된 것이 곧잘 비교돼왔다.
그러나 북한측은 납치문제 조기해결을 위한 일본측의 오랜 요구이던 정부간 교섭 재개에 응하면서 변함없이 그를 협상대표로 지목했다.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은 대북 압력파로 분류되는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56)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함께 보내 균형을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대화와 압력'이 함께 평양에 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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