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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貨 절상 가시화… 방식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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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貨 절상 가시화… 방식이 문제

입력
200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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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점점 가시권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주말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이후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논의 분위기는 한층 긴박해지는 양상이다. G7은 회담후 공동성명에서 '환율의 유연성이 없는 국가'란 은유적 표현을 통해 중국의 환율정책을 비판하며 사실상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중국의 관영주간지 차이나 비즈니스 포스트는 G7회의 폐막직후 "내달 중 위안화가 5% 가량 절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국제금융계는 빠르면 수개월내 위안화 절상조치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왜 절상인가

중국의 경상수지흑자는 매년 200억∼40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는 외국기업들의 직접투자(자본수지)까지 합치면 중국으로 유입되는 달러량은 천문학적 규모다.

하지만 1994년 이후 위안화 환율은 달러 당 8.27위안에 묶여 있다(페그 환율). 달러가 넘치면 환율은 떨어져야 하지만 중국정부가 이를 시장개입(외환보유액 흡수)을 통해 억지로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G7이 중국을 '환율유연성 부족국가'로 지목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위안화 절상요구가 가장 거센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에만 1,2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적자를 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중국산 저가제품의 피해자인 업계와 제조업 근로자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부시 행정부로선 대중 무역역조 개선을 위해 위안화 절상의 목소리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11일 "중국의 위안화 환율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청을 돋웠다.

뜨거워지는 경기

달러수급 불균형과 통상압력 외에 중국경제의 내부상황도 절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실질성장률은 9.1%. 총통화(M2)증가율은 무려 19.6%에 달했다. 비록 가격통제정책으로 소비자물가상승이 억제되고는 있지만, 인플레압력은 점점 가시화하고 있으며 특히 막대한 건설수요와 맞물려 주택부동산 부문에선 거품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과열경기를 선제적으로 냉각시키기 위해서라도 절상필요성은 높아지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인 프란시스코 가자렐리는 "지금까지는 위안화 절상이유가 외부에 있었지만 이젠 중국 내 상황이 더 큰 이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심하는 중국정부

중국정부와 인민은행측은 위안화 절상설이 나올 때마다 이를 강력 부인해왔다. 위안화 절상이 G7 재무장관회담을 통해 사실상 공론화됐음에도 불구,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0일 "환율은 균형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며 현 페그 환율 고수방침을 밝혔다.

중국정부도 10년째 묶여있는 현 환율체계의 문제점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절상을 실행치 못하는 이유는 부실과 실업, 빈부차 등 고도압축성장이 가져온 중국경제 내부의 구조적 결함에 있다. 중국 경제가 지탱되려면 7% 이상 고성장을 당분간 끌고 가야 하는데, 위안화 절상은 성장률을 급격히 떨어뜨려 고용불안과 소득격차 악화를 부추기고 숨겨진 부실을 한꺼번에 터뜨림으로써 경제 자체를 '경(硬)착륙'시킬 수 있다는 게 중국 금융당국의 우려다. 때문에 인민은행 지도부는 "우선 시급한 것은 부실채권정리 국유은행 개편 등 금융구조조정과 자본자유화이며 평가절상은 그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여건상 절상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으며, 시기와 방식문제만 남아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는 "1·4분기 중 복수통화 바스켓제도(달러뿐 아니라 여러 통화변동에 환율을 연동시키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위안화를 2.5%가량 절상하고 연말까지 5% 추가 절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BOA는 "9월께 1%, 연말에 다시 1% 가량 절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ABN암로는 "2·4분기 중 위안화 하루변동폭이 현 0.3%에서 5%로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관측들을 종합해볼 때 위안화 절상은 연내 단행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과도한 절상에 대한 중국당국의 우려를 감안할 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이와 관련,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회의 리양 위원은 "환율제도 변경 시 우선 일일변동폭(현 0.3%)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폭도 시장의 예상보다 작은 3% 이내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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