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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화려한 골 세리머니 정말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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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화려한 골 세리머니 정말 보고싶다

입력
200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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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골세리머니는 축구경기에서 또 다른 볼거리다. 골잡이가 역동적인 골세리머니를 펼치면 팬들도 덩달아 열광하게 되지만, 그것이 밋밋하면 팬들의 기분까지 가라앉게 만든다. 골세리머니 하나가 동료들의 사기를 고조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의 기를 죽이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프로팀이나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나는 선수들에게 아이디어를 내서 멋진 골세리머니를 펼치도록 주문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경직된 분위기에서 운동을 한데다 남 앞에 나서지 않는 국민성 때문인지 잘 되지 않았다. 골세리머니도 팬서비스의 하나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골세리머니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했다. 86년 멕시코월드컵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었을 당시 난 단순히 오른 주먹을 불끈 치켜 들고 내달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골세리머니는 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의 베베토가 보여준 '아이 어르기' 가 으뜸이다. 미국월드컵의 '히트상품'이었다. 또 한일월드컵 미국전에서 동점골을 잡아낸 안정환과 이천수가 합작한 '안톤 오노의 반칙'을 연상케 하는 골세리머니는 '오노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던 국민들의 앙금을 한 방에 날려 버린 청량제였다.

골세리머니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다. 97년 9월28일 도쿄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역전 결승골을 뽑아낸 이민성이 대표적인 예다. '도쿄대첩'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경기서 이민성은 후반 41분 결승골을 뽑아냈지만 흥분한 나머지 사진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쪽과는 반대편으로 달려가 결국 카메라가 뒷모습만 잡은 웃지 못할 일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요즘 신세대 스타들의 골세리머니는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다.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도 하고, 팬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최성국은 지난 1월 카타르친선대회 일본과의 4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가 적힌 '속옷 세리머니'로 일본의 기를 꺾기도 했다. 최성국은 21일 도쿄 한일전에서도 독도와 관련 일본어로 쓰여진 속옷 세리머니를 예고해 주위에서 말렸다고 한다. 정서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스포츠가 정치적으로 이용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14일 오만과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 아시안컵 우승과 올림픽 8강을 향해 대장정에 들어간다. 올해는 태극전사들이 더 많은 골세리머니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전 국가대표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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