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납북된 위당 정인보(1892∼?) 선생의 딸이자, 정양모(70·사진)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의 둘째 누나인 경완(84)씨가 북한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벽초 홍명희(1888∼1968)의 며느리이기도 한 경완씨가 북한의 무소속대변지 '통일신보' 최근호(1월24일자)에 벽초 집안과 북한 김일성 주석의 인연을 소개하는 글을 실은 것이 계기.
경완씨는 이 글 말미에 서울에 있는 동생이라며 정 위원장과 양완(75·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씨 이름을 언급, 남한의 가족들에게 간접적으로 안부를 전했다.
12일 이 소식을 들은 정양모 위원장은 한동안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북에 홀로 떨어진 그 누님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정 위원장은 경완씨의 글을 읽고 오랜 이산의 아픔을 달랬다.
위당 일가도 남북 분단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었다. 벽초의 둘째 아들 홍기무씨와 혼인한 경완씨는 56년 전 벽초 일가를 따라 월북했고, 위당은 50년 한국 전쟁 발발 직후 납북돼 생사 여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
정 위원장은 그동안 알음알음으로 아버지와 둘째 누나를 수소문했지만,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2년 전 묘소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돌아가신 걸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누나 경완씨에 대한 소식은 엇갈려 희망을 버릴 수가 없었다. 정 위원장은 "벽초의 장남 홍기문이 사망했을 때 누님을 봤다는 이야기도 들렸지만 양완 누님이 중국 대학에 어학 강의차 머물 때 돌아가셨다는 소문도 들어서, 생전에 못 보는 게 아닌가"했다.
정 위원장은 "누님의 편지나 사진부터 받아본다면 생존을 더욱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산가족이 1,000만명이 넘는데, 간간히 이뤄지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으로 언제 누님를 만날 기약을 할 수 있겠는가. 우선 편지라도 생사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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