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구가 2,900여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 실태를 집계한 정보통신부 통계다. 10대와 20대의 인터넷 이용률이 90%가 넘고, 30대도 80%나 된다고 한다. 40대 이상 연령층에선 아무래도 꺾이는 추세이지만 6세 이상의 65%가 인터넷 인구이고, 이대로라면 올 상반기 중 3,000만명을 넘어선다는 전망이다. 새삼 놀라운 수치다. 웬만한 일 치고 인터넷을 빼고 말 할 수가 없는 세상임을 또 알게 된다. 선거와 정치에서도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인 미국에서 한창 벌어지는 논란의 하나도 인터넷 시대의 한 가운데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초기 바람을 일으켰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인터넷 모금으로 주가를 올린 것이 새로운 현상이었지만 본격 논란은 컴퓨터 투표 문제다.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일부 주에서 시행됐을 때만 해도 신기한 방식이란 시선을 받았지만 이번에 뉴햄프셔 경선에서 실시된 이후 사정은 다르다. 기기 제조업체의 이권이 달리기도 한 데다, 전자투표가 확산될 기미가 보이자 그 위험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해킹이 얼마든지 가능한 취약성, 투표기록이 남지 않아 재검표 시비 발생 시 속수무책인 기계적 불완전성 등의 지적이 거세다. 전자투표를 하더라도 종이기표도 병행해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보완책도 거론된다. 미 언론들은 전자투표를 '선거의 해킹' '민주주의의 위기'라고까지 걱정한다.
■ 인터넷 시대 네티즌을 '영리한 군중(smart mob)'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우리 대선에서 이 군중은 신속과 연대라는, 전형적인 인터넷식 행동양식을 발휘했다. 정몽준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철회하자 선거 당일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은 휴대폰 메시지를 대량 발송해 투표참여를 동원, 근소한 표차의 승리를 얻는데 일조했다. 투표일 자정을 기해 직접 지지나 반대 운동을 금지시킨 법 규정에 따르면 사실 이는 불법 선거운동이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 소리없이 이뤄진 이 불법을 다스릴 수 있을 만큼 법과 당국의 인식과 실력은 따르지 못했다.
■ 소설가 이문열씨는 최근 발간한 새 산문집에서 인터넷을 '타락한 광장'이라고 지칭해 논란을 일으켰다. "순정성을 잃은 네거티브 현상이 타락한 인터넷 광장을 장악하면서 질 낮은 포퓰리스트들이 정치적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 주장은 이씨의 정치적 입장을 떠나 인터넷의 익명성과 즉흥성, 파괴적 공격성을 지적한 측면이 있다. 마법사 같은 인터넷이 폐해도 갖고 있는데 대해서는 끊임없는 논쟁과 경계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정치의 본질이 사이버의 작동원리를 마냥 따라갈 수는 없는 일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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