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 통의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샤넬코리아가 2004 춘하 패션쇼를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내에 들어와있는 명품브랜드들이 신상품 패션쇼를 부산에서 여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 사뭇 의아스럽더군요. 중앙언론사는 물론 대부분의 패션전문지들이 서울에 둥지를 틀고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패션쇼를 하면서 굳이 부산으로 내려가서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않을 수 밖에요궁금증은 패션쇼장이면서 숙박장소이기도 했던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숫제 놀라움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초청인사가 각계 저명인사와 업계 종사자, 보도진 등 140명에 달했습니다. 이들 모두에게 항공편 비즈니스석과 일박에 30만원을 훌쩍 넘는 트윈룸이 1인1실로 제공됐지요. 또 행사를 위해 파라다이스호텔이 운영하는 명품아케이드 파라디아를 이날 전관 휴관시켰다는 것을 알고는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요.
그런데 정작 더 놀란 것은 그 뒤였습니다. 패션쇼를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 이 행사의 주최가 샤넬이 아니라 파라다이스호텔이라는 것을 알게된 거예요. 내용인 즉 파라다이스호텔이 샤넬측에 패션쇼를 부산에서 하도록 특별 요청을 넣어 어렵게 일을 성사시켰다는 겁니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부산에서는 최초로 파라디아에 샤넬 로드샵을 입점시켰습니다.
이날 행사는 오후7시의 프레스 대상 패션쇼외에도 오후5시에 VIP를 위한 커머셜쇼가 있었습니다. 파라디아 앞에 길게 늘어선 귀부인들의 행렬이 볼 만 했어요. 샤넬 패션사업본부장 허산주씨 말에 따르면 이날 커머셜쇼를 참관한 귀부인들은 부산뿐 아니라 마산 포항 등 인근지역 샤넬마니아들이 총출동했다고 하더군요. 커머셜쇼에서는 샤넬매장을 열어놓고 즉석에서 상품주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 놀랄 거리가 여기 있습니다. 이날 하루 샤넬 파라디아점이 주문받은 액수가 자그마치 80억원에 육박했다는 군요. 공짜행사를 벌이고도 “고맙다”는 소리를 듣는 샤넬의 놀라운 브랜드 파워가 정말 부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에겐 그런 잘 키운 브랜드 하나 언제 생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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