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김 과장. 며칠째 왜 그렇게 죽상이야?""어, 허리가 아파서 꼼짝도 못하겠어."
"그러게 왜 그렇게 무리를 해. 이제부터 어부인은 어쩌라고…."
허리가 아프다면 흔히 받는 짓궂은 시선. 밤일 너무 과하게 하지 말라거나, 앞으론 어쩌냐는 눈빛이다. 허리는 아파 죽겠는데 놀림까지 받아야 하나. 태연한 척 넘어가지만 고민은 이제부터. 정말 영영 허리를 못 쓰는 게 아닐까? 의사한테 털어놓고 묻고 싶지만 민망해서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허리를 보는 의사에게 어떻게 성상담을 하냐…. 겹겹 쌓이는 스트레스로 요통 환자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요통 환자라고 해서 성생활을 금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요통 환자에게 적절한 운동을 권하듯, 요령만 개발하면 부부생활을 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관절·척추 전문 KS병원의 송금영 원장은 "성생활이 요통을 악화시키거나 영구적인 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는 잘못"이라며 "불편한 자세와 움직임만 주의하면 충분히 부부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언제 피해야 하나
부부생활을 정말 피해야 할 때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성 요통이 온 경우다. 이 때는 가능한 한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급성 요통환자는 2,3일 휴식을 취한 후엔 서서히 움직이며 근육강화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통증도 없어지고 허리가 강해져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
수술을 받은 환자가 일정 기간 무리한 부부생활을 피하는 것은 상식. 단순히 디스크 제거수술을 받은 경우라면 2주 후부터 부부생활이 가능하나 처음엔 환자의 움직임이 적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 3주가 지나 통증이 없다면 자유롭게 움직여도 좋다.
관절을 고정시키는 척추유합술을 받았다면 수술 후 3주 동안은 욕구를 자제한 뒤 조심스럽게 재개하되, 뼈가 완전히 붙는 3개월 후부턴 자유롭게 해도 좋다.
수술을 받지 않은 만성 요통 환자라면 부부생활을 금기시할 필요가 없다. 통증이 급성으로 악화한 경우만 제외하면 통증이 적은 자세를 골라 부부생활을 하면 된다.
통증이 적은 자세를 취하라
중요한 것은 허리의 통증이 가능한 한 적은 자세를 취하는 것. 물론 배우자의 배려가 절실하다. 때문에 부부끼리 성에 대해 좀더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요통 환자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통증을 악화시키는 자세를 피하며, 상대방이 주로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을 기억하라.
남성이 요통 환자인 경우, 그 중에서도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아픈 경우라면 여성이 엉덩이 밑에 베개나 타월을 말아 받친 채 눕고 남성이 무릎을 꿇은 자세가 좋다. 또는 남성이 의자에 등을 받치고 앉고 여성이 올라앉는 방법도 있다.
남성이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아픈 경우라면, 여성이 무릎을 꿇고 엎드리고 남성이 뒤에 오는 방법이 있다. 이 때 남성은 등을 젖히지 말고 약간 둥글게 굽히도록 한다. 또는 남성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눕고 여성이 올라앉을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남성이 허리 밑에 작은 베개나 타월을 받쳐도 좋다.
요통이 있는 여성에게 좋은 자세는 바닥에 눕고 무릎을 세워 굽힌 자세다. 이렇게 누우면 척추가 안정되고 조금만 굽어져 허리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다. 또는 여성의 다리를 배우자의 허리께에 얹고 허리를 들어올리지 않는 자세도 좋다. 또는 여성이 모로 눕고 남성이 뒤에서 여성을 안아 고정시키면 통증을 덜 수 있다.
대화의 단절이 더 무섭다
요통으로 문제가 되는 최악의 상황은 대화의 문을 닫고 사는 부부에게 일어난다. 환자 자신이나 배우자가 지레 짐작으로 잠자리를 피하거나 꾹 참으며 무리하다가 배우자를 원망하게 되고 부부 사이에 불신과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송 원장은 "요통이 있더라도 성생활을 성공적으로 즐기는 환자는 얼마든지 있다"며 "요통을 겪는 사람이나 배우자를 비난할 게 아니라 좀더 솔직하고 분명하게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 불편을 느끼지 않는지 정확하게 의사를 묻고, 연습을 통해 좋은 자세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는 적당한 인내와 관용,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쑥스러워서 말 못했던 것에 대해 털어놓고 상대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새로운 부부관계를 형성하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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