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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봄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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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봄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

입력
200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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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 아, 이것마저 없다면…''퇴근길'이라는 안도현의 시가 떠오른다. 작년 한해, 다른 술보다 소주가 많이 팔렸다는 통계를 보았다. 그 소식을 들으니 머리가 끄덕거려진다. TV를 켜도 신문을 읽어도 시원한 소식을 들은 적이 언제이냐. 추운 겨울을 더욱 춥게 하는 정치인들에게 작은 희망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개선을 위해 나서려 하면 불법이니 뭐니 운운한다. 자신들의 텃밭에 왜 끼어드느냐는 식이다. 담요 한 장 만큼도 감싸주지 못하는 주제에. 그러니 어서 봄날이 와 선거 날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좋은 싹인지, 잘 자랄 수 있는 싹인지를 보았다가 가지치기를 하는 수밖에.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어느 곳에 심더라도 푸르게 잘 클 수 있는 묘목을 고르라고. 선거철이 되면 이런저런 브로커들이 설칠 터이다. 터무니없는 색깔론으로 누군가를 험하게 얘기할 것이다. 식사 한 끼에 얼마간의 돈에 죽은 묘목을 섣불리 심는다면, 지난 몇 년처럼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당장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는 듯이 보이겠지만, 잘못 심은나무에게서 푸른 그늘도 열매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닭들이 조류독감으로, 소가 부르셀라 병으로, 사람들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세상. 사람들의 위험한 포만감을 경고하는 것이리라. 이제 봄날이 오면 정치인들의 오만한 욕심에게 나는 퇴장카드를 꺼낼 것이다. 그리하여 싱싱한 새싹이 돋는 봄날을 맞이하고 싶다.

김 현 성 가수 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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