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자신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 얼마 안됐어요. 이전엔 편하면 그만이니까 츄리닝만 입고 어디든 돌아다녔는데 이젠 때와 장소에 맞게 입으려고 노력하지요. ‘발리’에서 입는 옷들은 요즘 제가 가장 즐겨하는 스타일이기도 해요.”새로운 패션스타가 탄생했다. SBS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재벌 2세로 나오는 조인성 패션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남성에게선 좀처럼 보기 힘든 나팔바지에 고급스러운 정장 재킷, 캐주얼 백팩과 스니커즈가 엮어내는 언매치드(Unmatched) 패션이 트레이드 마크.
지난 1월 말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패션관 남성복코너가 봄상품 디스플레이를 하면서 이 스타일을 그대로 본뜬 데 이어 동대문시장 패션몰에서도 최고 화제다. 팬카페에는 조인성이 새로운 옷을 입고나올 때마다 구입처 문의가 쏟아진다. 패션잡지마다 ‘조인성 따라잡기’가 인기 의상연출법으로 소개된다. 드라마속 상류사회의 반항아가 스스로를 가꾸고 과감하게 연출하는 메트로섹슈얼 트렌드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이다.
언밸런스한 멋으로
도대체 나팔바지를 입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고급 정장을 입어도 바지는 반드시 부츠컷(boots cutㆍ무릎부터 바지밑단이 퍼지는 형태, 나팔바지)이나 아예 폭이 넓은 통바지를 입는다. 정장이지만 구두는 사절, 하얀색 스니커즈로 파격을 준다.
백팩은 오만한 재벌 2세이면서 귀엽고, 한편으로 연민도 자아내는 극중인물 재민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것. 패션잡지에서 유럽 남성들이 백팩을 메는 모습을 보고 따라해보자고 결정했다. 처음 백팩을 메겠다고 했을 때는 ‘너무 튀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이젠 패션 포인트가 됐다.
정장 재킷안에는 단추를 세 개까지 풀어낸 꽃무늬 셔츠나 V넥크라인의 니트를 받쳐입고 넥타이는 거의 하지않는다. 넥타이를 할 때는 오히려 바지는 청바지를 입어서 언밸런스 하게 연출한다. 하얀색 벨트는 멋내기에 관한 한 뻔뻔할 정도인 극중 재민의 애용품. 최근엔 지름이 10㎝는 족히 될듯한 커다란 원석 버클이 달린 벨트로 시선을 끌고있다.
규격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연출법은 라이벌 드라마였던 MBC ‘천국의 계단’에서 역시 재벌 2세로 나온 권상우와의 차별화를 위한 시도이기도 했다. 늘 말쑥한 수트차림의 권상우와는 달리 파격을 통한 재미를 추구한 것이다. 결과는 대만족.
그러나 고급스럽게
조인성이 상류층 자제로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마 ‘피아노’나 ‘별을 쏘다’ 등에서 그는 항상 가난한 서민이었고 자연히 옷차림도 두드러질 수 없었다. “설정은 가난한 데 명품 브랜드 입고나오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건 안되죠.”
조신하게 기다렸더니 드디어 기회가 왔다. ‘발리…’에서 그는 국내외 유명브랜드 제품을 정말 원없이 입고 소화해낸다. 정장 재킷은 폴 스미스, 백팩은 발리와 구치에서 협찬받는다. 하얀색 벨트는 까르뜨옴므 제품이고 바지는 거의 다 구치와 정욱준. 모피코트는 트루사디와 케네스 콜, 스웨이드로 만든 트렌치코트는 솔리드옴므 제품이다. 솔리드옴므에서 나온 모피로 단을 댄 무스탕코트는 조인성이 입고 나온 그날 완판됐다. 스니커즈는 발리, 원석 버클이 달린 벨트는 로베르토 까발리 제품이다.
조인성 패션이 뜨다보니 브랜드쪽에서 협찬을 하겠다며 아우성이지만 준다고 마구 받을 수는 없다. 자유로움과 럭셔리가 기본 컨셉이지만 이것을 무조건 화려한 것으로 오해하는 브랜드들도 많기 때문. 또 될 수 있으면 매장에 없는 옷을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다.
조인성 그 자신- "술값은 안 아까운데 옷값은 아까워"
“지금까지는 잘 해왔지만 모든 게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거잖아요. 여기서 더 튀면 오버라고 생각해요. 조인성 패션 떴다고 여기저기서 인사 많이 받는데 ‘인기얻더니 너무 나간다’ 소리는 듣지 말아야죠.”
갓 스물셋의 청년치고는 속이 꽉 찼다고 해야할까 보다. 조인성은 “너무 화려한 옷은 캐릭터를 가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한다”고 말했다. 패션아이콘으로 부상했지만 그 자신은 옷입기를 별로 즐기지 않는다. 술값은 안 아까워도 옷값은 아깝다. 옷 한벌 사려면 소재부터 디자인, 품질 대비 가격까지 수없이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브랜드는 없고 시장패션도 잘 구입하지만 대신 소재를 꼼꼼하게 본다. 헤어스타일 관리하는 것이 싫어서 평소엔 주로 모자를 쓰고 다닌다. 특히 헌팅캡과 야구모자가 좋다고.
잘생긴 외모에 키 187cm, 체중 74kg의 완벽한 체구. 혹 몸매에 불만이 없냐고 물었더니 “키가 너무 커서 불만”이란다. 농담하나? “아니예요, 로맨틱한 장면 찍을 때마다 (상대 여배우와 키를 맞추기 위해)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서야하니까 힘들어요”.
● 조인성 패션 어떻게 입나
1. 어깨를 살려라
남성미의 생명은 강인한 어깨 선. 조인성은 키에 비해 마른데다 어깨 선이 가늘어 어깨를 살리는데 역점을 둔다. 어깨선이 각지거나 패드를 댄 재킷을 이용한다.
2. 나팔바지를 입혀라
조인성은 유난히 팔 다리가 길다. 셔츠를 맞춰입힌 적이 있었는데 맞춤집 재단사가 치수를 보고 "이게 한국사람 팔 맞냐"고 물었을 정도. 그런데도 본인이 혹시나 다리가 짧아보일까봐 바지 짧은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일자바지는 말라 보여서 싫고. 요즘은 나팔바지만 입으려고 한다.
3. 구두는 어색하다
평소 캐주얼 차림을 즐겨서인지 구두를 신으면 너무 어색해 하는 것이 흠. 결국 스니커즈로 통일했는데 본인이 정장과 훌륭하게 연출해 오히려 빛을 본 케이스.
4. 머리는 짧게 연출하라
조인성은 심한 곱슬머리에 머리 숱이 많아 헤어스타일 관리가 아주 어렵다. 늘 매직스트레이트를 해주는데 그러다 보니 머리결이 많이 상한다. 원래는 염색한 긴머리 스타일로 나오려고 했으나 머리결이 나빠 옆은 짧고 뒷머리는 약간 긴 정도의 커트로 만족.
5. 목걸이는 끈 만 살짝 보이게
가죽끝에 커다란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했지만 연출은 셔츠안에 넣어 끈만 살짝 보이게 한다. 주렁주렁 뭘 단 듯한 느낌을 없애기 위한 것. 살짝 엿보이는 가죽끈이 더 섹시하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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